류한호,민주당을 버리는 악처가 되자
류한호,민주당을 버리는 악처가 되자
  • 류한호 편집자문위원장(광주대 교수)
  • 승인 2012.04.12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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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호 편집자문위원장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싱겁기 짝이 없다. 민주통합당 예상밖 대패, 새누리당 기대 이상 대승이다. 지난 18대 때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지만, 어쨌거나 민주통합당은 상당히 좋은 조건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제1당 자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 지난 4년의 실정에 대한 면죄부까지도 함께 받은 셈이다. 대선행로도 복잡해졌다.

종합평가를 하면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이 정권의 실패에 대하여 분노를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 해서 민주통합당을 믿을만한 권력담당세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야권연대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면서도, 그 연대의 시너지 효과를 현실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 대한 개념규정부터 잘못했고, 선거운동에 임하는 긴장감도 떨어졌으며, 전략과 전술도 부족했고, 운동 방법도 서툴렀다.

선거책임자의 인식이나 발언 수준도 상대방에 비하여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국민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소통을 잘 못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정당보다도 더 소통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 것이다.

전국적인 선거 결과는 그렇다 하더라도 광주-호남에서는 어떠한가. 당선자 지도를 보면 온 국토의 대부분이 빨간 색으로 덮여 있고, 민주통합당의 노란 색깔은 서울·경기와 호남지역에만 몰려 있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호남은 정치적으로 고립된 섬이다.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에서는 여전히 주인임을 증명했다. 진보통합당과 무소속 당선자가 4명이지만, 모두 친민주통합당 무소속이나 야권연대에 따른 것이었다. 오직 1명만 진보통합당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다. 기대를 모았던 이정현 후보는 안타깝게도 낙선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 지지도는 최고 76% 수준이니 지역민들은 기꺼이 민주당을 향해 충복 수준의 몰표를 던져준 셈이다. 주민들은 투표 의사결정의 자유를 여전히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호남지역에서 이번 선거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민주통합당은 예선과정에서 전직 동장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선거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이나 관련 후보까지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예비후보였던 정영재씨 홀로 후보 사퇴와 속죄의 삼보일배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의 양심을 대변하고 다른 후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 말고는 별 일 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본선은 너무도 조용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TV토론을 기피했다. 최소한의 법정토론에만 참여하고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절차를 피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도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그 무책임한 태도는 백번을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TV토론 같은 공개적인 선거운동 공간을 외면한다면 갈 곳은 뻔하다. 불법과 탈법에 가까운 음성적인 선거운동이다.

광주가 결정하면 한국 정치가 변한다는 말은 이제 유효성을 상실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적 리더십도 없다. 광주의 정치적 비중도 거의 사라졌다. 이제 누구도 광주를 긴장감을 가지고 돌아보지 않는다. 새누리당도 무시하고, 민주통합당도 무시한다. 그들은 광주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은 무조건 자신을 짝사랑해주는 호남 지역민들에게 굳이 잘 해줄 필요가 없다. 지역민들에게 아무렇게나 해도 표는 온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새누리당은 수십년간 호남을 무시·배제함으로써 다른 지역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산에 빠져 있기 때문에 호남 사람에게 잘 해줄 필요가 없다.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호남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기도 할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물론 한 나라를 책임지는 정당이 그런 저급한 소인배같은 마음을 먹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결과는 참담하다. 호남은 여전히 불균형발전의 소외지역이다.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과 격차가 날로 더 확대되고 있다. 호남 출신 중 차세대 유력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이 시대의, 그리고 미래의 호남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며, 주변에서 그런 인물을 찾아 힘을 모아 육성해 낼 의무를 지고 있다.

그리고 호남인들은 이제 민주통합당에 대해 연약한 조강지처 노릇을 청산하고 강력한 악처가 되자. 민주당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을 긴장시키는 것이 그들에게도, 그리고 호남의 미래에도 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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