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내일신문과 개구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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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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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서 기자
주간 광주전남 내일신문이 또다시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칼럼이 문제되자 필자의 동의도 없이 '사과문'을 게재한 때문이다.

문제가 된 칼럼은 지난 5일자에 실린'허수아비에 개구리가 된 광주시장' 이다. 필자는 김영집 참여자치연구소장으로 내일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김소장은 이 칼럼에서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라며 광주시장을 '허수아비'와 '우물안 개구리'로 빗댔다. 최근 예산을 따기 위해 서울에 간 광주시장의 모습이 마치 동화책 '서울로 간 허수아비'를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광주의 굵직한 현안사업들에 대한 예산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면서 전략도 없고, 집중성과 설득력도 부족해 한마디로 말이 안 먹히는 건의로 '허수아비행각'만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칼럼이 나가자 광주시는 발끈했다. 시 고위관계자는 현직 시장을 '미물'에 비유할 수 있느냐며 김소장에게 항의했다. 김소장은 이에 "표현상 결례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음호에 사과문을 게재할 방침이라고 알려온 내일신문 광주전남본부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과의 수위를 '과도한 표현에 대한 유감표명'정도로 서로 맞추었다는 것.

그러나 12일자 신문의 '사과문'은 이와 달랐다. 김소장의 칼럼에 반박하는 광주시 기획관의 특별기고문 이 실렸고, 바로 옆에는 '내일신문 광주·전남본부'명의로 큼직한 사고가 붙었다. "김영집 칼럼에서 고재유시장의 시정 추진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논평을 하였음을 확인하고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신문은 이에 대해 "그렇게 쓰지 않으면 '미물'이라고 이미 표현한 내용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표현상의 문제'라는 식으로 문구를 쓰더라도 또다시 '허수아비'나 '개구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아예 '사실과 다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소장에 대해서는 "필자로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같은 식구니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일신문의 해명은 어물쩡 넘어가려한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알아서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놔두고라도 '식구'운운은, 내일신문이 식구들끼리 만드는 무슨 가족신문이 아니냐는 힐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

물론 내일신문 칼럼파문으로 어려운 입장에 빠졌을 거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광주시에서는 '한번 걸려봐라'고 벼르고 있던 차에 문제의 칼럼이 나오자 '명예훼손으로 걸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사과문이 광주시와의 '협상'에 의한 것이고, 반론권을 보장한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의 동의도 없이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 빠져나가려고 남의 언론자유는 침해해도 되냐"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너무도 정중한 사과문에 읽는 사람마저 비굴감이 들 정도다"며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고까지 말한다.

통상 외부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고 문구를 넣지만, 굳이 문구가 없더라도 '외부칼럼이 필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것은 독자들에게 상식으로 통한다. 아무리 '같은 식구'라지만 이름 석자에 명예를 걸고 쓰는 칼럼을 그런식으로 훼손해서는 안된다. 차제에 내일신문의 정체성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이번 '사과문 파문'이 내일신문의 '굴복'이 아니라 더 멀리 뛰려는 개구리의 움츠림이길 진정으로 바란다.

/양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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