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관,적과의 동침 혹은 세균과의 동침
우승관,적과의 동침 혹은 세균과의 동침
  • 우승관 치과의원 원장
  • 승인 2012.04.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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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관 치과의원 원장
예전에 죠셉루벤감독이 만든 줄리아로버츠 주연의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본 기억이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줄리아로버츠가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멋진 남성과 결혼해서 행복을 꿈꾸지만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던 남편의 결벽증과 의처증 때문에 폭행과 불행에 시달리다 죽음을 가장해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에 성공한 여성은 낯선 에서 이름도 바꾸고, 다른 남성과 러브라인을 만들면서 불안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부인이 죽지 않은 것을 안 남편의 집요한 추적으로....(중략)
물론 영화의 줄거리와는 그리 큰 상관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충치의 주 원인균이라는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라는 세균을 생각하면 언제나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원래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는 그 자체로 유해한 세균이 아니다. 실지로는 소화를 담당하는 이로운 세균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헌데 이 세균이 설탕을 만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전까지는 열심히 소화를 돕다가도 설탕을 만나게 되면 충치를 만드는 악마로 돌변하는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남편이라는 환상적인 남성이 결혼과 동시에 악마로 돌변하는 것처럼 이 세균에게는 설탕이라는 것이 영화 속의 결혼과 같은 기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은 숙주인 사람이 세균을 악마로 만드는 것이다. 이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라는 긴 이름의 세균 말고도 다양한 세균이 우리의 입안에서 살아간다. 서로 다른 세균들이 살아가다보니 그 안에서 생존경쟁도 있고 서로 돕는 과정도 있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신의 안배일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이룬 상태를 정상 구강 세균총이라고 한다.

이런 신의 안배에 인간의 간섭이 끼어들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마치 늑대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이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니 노루나 고라니, 멧돼지가 늘어나게 되어 생태계가 무너지고 결국은 그 피해는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우리의 현실과도 같다.

서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던 세균들은 어느 한쪽이 줄어들게 되면 다른 쪽이 늘어나서 입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임계치를 넘어선 세균들은 갑자기 악마로 돌변해서 숙주인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입안을 살균 혹은 정균하게 되면 이 정상 세균총이 깨지게 된다. 이렇게 깨진 자리에는 다른 세균이 갑자기 증식하게 되는데 그 대부분이 곰팡이다. 입안에서 갑자기 곰팡이가 증식을 해서 입안에 하얀 덩어리들이 생기게 되고 아구창등의 질병이 생겨서 몹시 괴롭게 된다.

결국 숙주의 오만함이 불러오는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입속세균제로라는 구호는 재앙을 불러오는 구호인 것이다. 사회에서도 다양성이 그 사회의 건강의 척도가 되듯이 입속 세균들의 다양성도 입속건강의 척도가 된다.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혹은 흑백의 논리에 갇혀서 빨갱이라는 단어를 쉴 새 없이 내뱉는 정치인들은 그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고 결국은 입안의 건강을 해치는 숙주의 오만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균적 상태만이 건강이라고 주장하는 실증주의적 의학의 한계가 서서히 밝혀지는 것이 작금 의료의 현실이다. 세균이라고 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반대로 이롭기까지 한 것이다. 모든 생명은 그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존재이유를 짓밟히게 될 때 생명은 반항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도 그렇고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도 그러하다. 인간의 간섭과 오만이 결국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제는 입속 세균들을 포함한 모든 생명과 공존 혹은 동침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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