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왜 전임노조 ‘비리’ 캐나?
기아차 노조, 왜 전임노조 ‘비리’ 캐나?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3.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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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노조 거래업체 4곳 사기 및 배임 등 고발
우회 수사 통해 전임 노조와의 단절 의지 밝혀
▲ 기아차 현 노조가 전임노조와의 단절을 통해 깨끗한 노조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불투명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노조상을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조라고 하면 투쟁을 연상시키는 사회적 이미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노조 스스로 건강해야 하는 당위성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가운데 기아차 현 노조가 전임 노조와 거래했던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노조원 입장에서 전임 집행부를 고발한다는 부담감을 덜면서 우회적으로 수사를 통해 ‘비리’를 밝혀내겠다는 의지이다.
그리고 조합원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가 이를 가로 채는 행위는 노조의 선명성과도 어긋나기 때문에 같은 노조원이라도 잘못했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판 후원금 노조 통장에 입금 안돼

기아차노조 광주지회는 전임 노조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과 거래했던 업체 4곳을 지난달 20일 검찰에 고발했다.
우선 기아차노조 광주지회 김태우 사무장이 고발인이 되어 전임 노조와 거래를 했던 금융기관의 보험특판 본부장과 인쇄소·꽃집 대표, 관광버스 회사 대표를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광주서부서에 이관되어 수사 경과를 지켜보아야 할 순서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서류상 노조와 업체간에 계약 또는 협조 요청 등으로 노조가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주어야 할 돈은 더 주어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W금융그룹의 경우 산하 생명보험사는 ‘비과세복리저축 및 소득공제 개인연금저축’ 특판사업을 지난해 2월 하순 기아차 광주공장 식당에서 가진 바 있다. 대신 W금융그룹 오모 본부장은 전임 노조와 맺은 협약에서 쟁의투쟁사업장 기금마련을 위한 후원기금으로 지난해 2월 협약서를 작성했고 1천만원을 지급했다.

현 노조는 이 사실이 지난해 12월 스마트폰 특판행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노조가 전임 집행부로부터 인계받은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특판 뒤 받은 후원금 노조 통장에 입금되지 않고 장기 투쟁 사업장에도 전달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를 문제 삼았다.
더욱이 지난 1월 16일 이후 열린 기아차 광주지회 50년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오 본부장이 보험 특판과 관련하여 전임노조 실무자에게 현금으로 5백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혀 결국 협약 위반은 물론 대의원들에게 기만과 사기 행위가 있다 하여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면계약 차액금 누가 편취했을까?

또 W인쇄 김 모 대표는 지난해 2월 기아차 광주지회 49년차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620만원을 청구하여 통장으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이 자료집의 청구금액은 494만원으로 전임 노조의 담당자가 620만원의 청구서를 요구하여 차액금과 사례비 30만원을 더해 돌려주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 노조는 노조 담당자가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횡령과 배임을 저지를 수 있도록 김 대표가 협조했다는 점을 고발 사유로 들었다.
또한 T화훼유통 염 모 대표는 근조화환을 보내는 계약을 지난 2009년 12월 전임노조 담당자와 계약하면서 부모의 경우 1개당 10만원으로 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1년 11월 재계약 과정에서 1개당 6만원으로 계약을 하였다.

따라서 현 노조는 물가상승에 따라 기본적으로 가격인상 내지는 동결이 있어야 하나 오히려 4만원의 가격인하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따라서 염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주지 않아 지난 2년간 공급했던 화환 690개의 차익금이 2천760만원에 이르러 이 차익금의 용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D관광버스 회사는 노조 행사 때 버스 차량을 운행하는 곳으로 2007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운행일지와 임금내역을 노조가 요구하였지만 D관광측은 일부 회계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운수회사는 운행일지가 필수적인 것인 데도 운행일지와 회계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져 전임 노조와 불투명한 관계에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조사 통해 전임노조 비리 나타날 것”

박병규 기아차노조 광주지회장은 “지난 2년간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4개 업체가 노조 집행부와 부적절한 거래를 한 정황을 상당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임 노조 조합원들은 고발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업체를 고발했다. 이는 결국 업체의 수사과정에서 전임 노조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지회장은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전임 노조 집행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노조가 조합원을 고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아 우선 업체만 고발했다”면서 “업체들을 조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리를 저지른 조합원도 조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기아차 노조는 선명성 문제에 있어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지난 2005년 당시 노조지회장이 회사 직원과 짜고 부정입사자 36명으로부터 3억7천80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 10명, 브로커 4명, 회사 전 간부 2명 등 총 17명이 구속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각종 거래에 있어 본 계약과는 달리 이면계약이 많다. 그것은 중간에 계약과는 달리 차액을 빼먹거나 비자금을 마련하려는 행위의 하나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진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이나 이상득 의원의 7억원 차명계좌 건 등은 바로 이러한 비리를 저질렀거나 저지르기 위한 작업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건이다.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업에서 벌어지는 것은 경영자의 사익이나 정치 로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한다는 노조에서조차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 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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