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국회의원이 은수저 물고 나온 건 아니다
<편집국에서>국회의원이 은수저 물고 나온 건 아니다
  • 정인서 편집이사
  • 승인 2012.03.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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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서 편집이사

정치를 경멸하면 정치로부터 경멸을 받는다. 소설 ‘나자와 사자(裸者─死者, The Naked and the Dead)’를 쓴 노만 메일러(Norman Mailer)가 한 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정치판이 더럽다고 정치를 외면하고 무시하면 되레 정치로부터 당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정치다. 그 정치라는 것은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시도 정치를 외면해선 안될 뿐만 아니라 정치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특별한 능력 필요 없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나 찍어줍쇼’하고 선전하는 꼬락서니를 볼작시면 세상이 금방 낙원이라도 될 성싶다. 공약들이 화려하다. 그런데 그 면면들을 보건대 전에 보던 얼굴들이 대부분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들이다.
국회의원배지를 달았던 사람들도 있고, 낙선했던 사람들도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호남에서 누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느냐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이미 특정당 후보가 당선되게끔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진배없으니 하는 소리다.
그것이 부인하지 못할 것이 현실일진대 국회의원 후보가 왜 꼭 여러 번 국회의원을 ‘해먹은’ 사람이거나 맨날 나와서 낙선한 사람이거나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시대변화로 참신한 얼굴 내보내야

요즘 보면 언론에 뜨거나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는 사람이거나 하면 후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굳이 늘 ‘해먹은’ 사람들만 계속 국회의원 하라는 법도 없다. 내 생각으로는 아파트 대표자회의처럼 한 차례 연임하면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트위터 같은 국민의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에서 어느 특정인이 세 번 네 번 계속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은 도무지 맞지 않고 몇 번 심판받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무슨 국회의원되라는 하늘의 은수저라도 물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최근 광주 동구에서 어느 국회의원 예비후보 운동 인사가 투신한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자 시민단체들이 정당을 배제하고 순수한 시민대표를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했다. 대찬성이다. 그런 식으로 정당 내에서도 얼굴을 바꾸어 시대변화와 시대정신에 부응할 참신한 시민의 얼굴을 국회로 보냈으면 한다.

이미 낙선한 사람은 이미 평가받은 것 아닌가

시민들이 특정당 후보 일색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몰표를 찍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이 지역 정서라고는 하지만 국회의원 프로필이라도 바꿔 보자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후보를 몰표로 찍어서 국회로 보냈으나 정파간 이해다툼으로 지역 현안과 국사를 소홀히 하고 되레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식으로 정치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크게 실망해왔다.
지역구가 왜 있는가. 지역민의 정치 대리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두 번 세 번 국회의원 한 사람들이나 이미 심판을 받아 낙선했던 사람들이 과연 지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할 수 있는지 이실직고해보라.
정파라는 것이 정권을 빼앗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지역을 홀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지나친 여야 대립으로 정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무조건 반대 형식의 투쟁정치도 재고해보아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경멸을 받지 않는 정치를 할 사람은 쌔고 쌨다. 그러니 진짜로 시민의 정치 대리인을 할 참신한 사람을 국회로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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