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만 되면 사라지는 직원들
오전 11시만 되면 사라지는 직원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12.03.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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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직원교육에만 연 18억 ‘투자’

지난 3월 15일 오전 11시가 가까이 다가오자 200여명쯤 되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어디론가 간다. 쉬는 시간도 아닌데 공장 여기저기 모두 자리를 비우고 떠나 버린다.
사무실도 마찬가지이다. 방금까지 컴퓨터를 켜고 일하던 직원들도 조그만 수첩 하나를 들거나 프린트 교재를 든 이도 있다.
그들은 모두 사무동 2층 식당 겸 강당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자리엔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200여 직원 한 자리에 모였다

잠시 후 이곳 강당에 들어선 이는 전남대 철학과 박병기 교수였다. 박 교수는 이날 1시간 반 동안 ‘천동설인가 지동설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의 첫 번째 이야기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까요? 아니면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까요?”
너무나 뻔 한 질문이다. 당연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직원이 “나는 가만히 있고 구름이 흐르고 별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모두들 키득키득 웃었다. 박 교수는 그 직원에게 “정말 용감하게 말해주었다”고 했다. 다들 아는 정답이지만 자기만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었다. “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가?”였다. 사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진리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사물을 보는가

그러나 그것은 진리가 아닐 수 있다. 사람이 인식하는 지각적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박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보면 하늘이 돌고 태양에서 보면 지구가 돈다는 것이다. 즉 관측좌표를 어디에 두고 생각하고 보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천동설은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고 하늘에 떠 있는 달과 태양, 행성과 항성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태양 중심으로 지동설을 주장했다.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고 지구와 달을 비롯한 모든 별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천체물리학은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태양계는 은하계의 한 귀퉁이 자리하고 있으며 수많은 은하계로 이루어진 우주는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자 참석자들은 귀가 쫑긋해졌다. 끝날 때가 되자 질문도 있었다.

매주 화 목요일 1시간 반씩

이런 강의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진행된다. 근무시간 중 3시간여를 이런 교육이 진행되는 중소기업이 아마도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시작한 ‘인문학산책 프로젝트’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우리 역사 속의 인간의 삶과 인간 본연의 문제 등에 대한 탐구하는 데 뜻이 있다.
근무시간 중 인문학강좌 교육을 인건비로 계산하면 순수비용만 3억3천만원이 든다. 여기에 생산 손실은 15억원 정도의 계산이다. 기업은 직원에게 투자한 만큼 서로 신뢰를 높이고 동반 성장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이 어디에 있을까?
광주 평동산단의 우리로광통신(회장 김국웅) 이야기이다. /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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