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선거, 변화하는 지역감정
또 다시 선거, 변화하는 지역감정
  • 채복희 이사
  • 승인 2012.02.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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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그날 밤 광주시민들은 누가 앞장서지 않았어도 금남로 도청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곳에서 모두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환호했다. 5년 뒤 광주사람들은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올렸다.

그것은 광주, 나아가 호남사람들이 40여년 동안 받았던 차별대우 이른바 지역감정이라는 괴물을 완전히 퇴치하려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군부독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놓았던 덫에 걸려 온 나라가 무지한 편견을 서슴없이 드러냈던 시절을 견뎌왔던 호남인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지역감정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괴롭혔으며, 그 망령이 구석구석 세력을 뻗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미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가 동서로까지 갈라지자, 통일운동보다 먼저 남남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활발하게 개진되었다. 그런 한편 통일운동에 주력했던 이들은 남북통일이 되면 남한내부의 이런 갈등이 자연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통일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던 답답함 속에서 지난 두번의 민주정권 10년을 지나는 동안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지역감정의 골과 갈등이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물론 현 MB정권의 후안무치한 편중인사에 대한 말이 아니다.

일반 대중들의 정서가 잘 드러나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보았을때 그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음에서다. 아직도 간간히 ‘라도치’ ‘홍어’ ‘개상도’ 등과 같은 단어들이 발견되기는 한다. 하지만 자체 정화 능력이 탁월한 트윗과 같은 SNS에서 논의되고 있는 각종 사회적 담론 안에는 이런 시대착오적 단어와 생각이 ‘감히’ 끼여들 여지라고는 없어 보인다.

오늘 현재 우리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2040 세대의 관심사는 지역문제가 아니다. 만약 이들에게 영남이 혹은 호남이 어떻고 하면서 들이대다가는 왕따 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이 세대들이 지난 시대 그토록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좀먹었던 지역감정에 대해 한번도 듣지 않았거나 몰라서는 아니리라. 다만 이들은 지역감정이라는 낡고 후진 정서를 벗어나 이미 선진적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마치 독일 국민들에게 있어 민족주의자라는 말이 모독으로 인식되는 것처럼. 그렇게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악령 하나가 제거되어가고 있다.

지난 시대 고무신, 막걸리, 관광버스로 유인당한 대중들은 쉽게도 지역감정에 휘둘려 흥분했고 떼지어 몰려다녔다. 그러나 그들이 물러나기 시작하고 대신 주역의 자리를 물려받은 2040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흐름을 앞서고 끌어가는 진보의 세련됨으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그 못된 지역감정이 아직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점들을 꼬집어 내 아주 박살을 내주었으면 싶지만 어차피 시간이 더 필요할 뿐 쓸데없이 힘만 낭비할 일도 아니다 싶다.

이런 느낌이 팍팍 오는 세상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런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정치를 하겠다고 설친다? 민주통합당 우산만 받치면 비바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실수한 거다.

이 변화가 소리도 없이 내리는 이슬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긴, 이슬도 오래 맞으면 바짓가랑이가 다 적신다는 사실 정도는 다 아니까 뭔 걱정인가? 그럴 시간 있으면 팝케스트 ‘저공비행’이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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