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트위터로 넘어갔다
권력은 트위터로 넘어갔다
  • 문틈/시인
  • 승인 2012.01.31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딴 세상이 왔다. 내가 알건 모르건 상관하건 말건 전혀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와 있다. 트위터에 40대의 어느 부장판사가 '가카새끼'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자 세상이 시끄러웠다. 이처럼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가 기존의 언론 매체를 압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산골 고랭지 배추가 안팔린다고 어느 작가가 트위터에 한 마디 띄우자 배추가 금방 동이 났다. 어디 그뿐인가. 어떤 정당은 오는 총선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트위터의 팔로우어가 얼마나 많은가로 참고 삼겠다고 할 정도다.

기존의 신문은 이제 힘이 빠졌다. 제4의 정부라고 하는 기존 언론이 무관의 제왕자리를 트위터에게 넘겨줄 판이다. 여론조성의 통로였던 신문이 아날로그 시대의 막강한 권력자였다면 이제는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에 누가 한 마디 말풍선을 띄우면 거의 시차없이 일파만파로 전국의 트위터망을 흔들어 위력을 발휘한다.

트위터가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했다. 보라, 날마다 신문이 트위터를 뒤져 누가 뭐라고 했다는 둥 중계보도하지 않는가 말이다. 일찍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여론 통로가 조성된 것이다.

중동의 민중혁명이 트위터에서 발화되었듯이 우리의 민주주의도 이제 트위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트위터에 오르지 않은 소식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트위터에서 인증받지 않고 트위터에서 세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 공동체에서 존재하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사실 트위터는 개개인의 사적인 뉴스를 친지들끼리 공유하고 안부를 전하는 정도의 극히 사적인 매체였으나 이제는 국가사회를 뒤흔드는 엄청난 권력자가 되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북한식으로 말한다면 트위터는 일종의 인민광장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를 도끼눈을 뜨고 볼 것이 아니다. 과거에 민초들은 힘없는 풀뿌리에 지나지 않았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정부에 할 말이 있어도 무시당하거나 짓밟혔다. 선출된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여 횡포를 부려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트위터에 자신의 의견, 주장, 정보를 올려놓고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연대하여 그 힘으로 권력을 비판하거나 견제할 수 있다. 더 이상 선출된 권력이 일방적으로 군림하는 시대가 아니다. 선출된 권력은 한낱 국민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위터는 국회 위에 자리잡은 인민(국민) 권력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트위터에 띄우는 말풍선들이 그 전파력에 비추어 볼 때 진위, 공정, 법률, 윤리에 문제를 일으킬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다. 쉽게 부화뇌동하는 우리 국민의 성정도 경계해야 할 일이고. 이 점에 대한 우려만 해소한다면 우리의 트위터 권력은 대의민주주의의 폐혜를 타파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권력 시스템을 창출할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했다.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보 앞에 가야 한다고. 그러나 이제는 국민이 정치인보다 반보 앞에 가야 한다. 우리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권력을 행사할 수가 있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국민은 이제 정치에 대고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모두 트위터를 통해 한 마디씩 하며 살 일이다. 국민이 진짜 주인이라고, 국민이 진짜 권력자라고, 국민을 없신여기지 말라고 말이다. 몇년에 한번 투표 한 번 하고는 일이 잘못돼도 먼산바라기로 속앓이를 해온 국민은 이제부터는 심부름꾼에게 트위터를 통해서 그때그때 일감을 주고 일을 시키면 된다.

고대 민주주의의 본향 아테네 시민이 부럽지 않다. 트위터 공화국 만세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