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②
한미FTA,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②
  • 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12.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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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기업들 생물공학 신기술로 무장하다
 
반도체공장처럼 청결한 식품공장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자리잡은 (주)나래식품(대표 김금진)은 돌산 갓김치를 생산한다. 공장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청결하다. 건물도 깨끗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개인위생과 생산현장, 품질관리가 또한 철저하다. 귀까지 덮는 모자가 딸린 하얀 작업복과 마스크, 장갑,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손에 이물질이나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소독한 다음 말린 후 에어샤워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작업장 접근이 가능하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갈 때와 비슷하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공장 안에 들어서면 창고에서 들어온 갓을 물로 깨끗이 씻은 후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잘 배합된 양념을 섞는다. 이 때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병원성 미생물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일정하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수산물 전처리 세척시간과 세척수량을 지켜야 하고, 세척수의 위생상태를 중점 관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금속물질들을 없애기 위한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 검사를 거친다.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갓김치에 한해서 속포장과 겉포장을 거쳐 출고한다. 위생청결 상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해썹’(HACCP), 즉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에 따른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수출 때도 제품의 신뢰성이 매우 높게 평가받는다.

(주)나래식품은 전남생물산업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직원 전체 교육은 물론 위해요소분석, 중요관리점 결정, 한계기준 설정, 모니터링체계 확립, 개선조치방법설정, 검증절차 및 방법, 기록 및 문서관리까지 매우 까다로운 컨설팅을 거쳤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해썹 인증’을 받았다.

위생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제품이 잘 팔렸다. 종업원도 2008년 91명에서 2011년 136명으로 45명이 늘었고, 매출은 59억 원에서 85억 원으로, 수출은 56만불에서 90만불로 크게 늘었다.
 
창포 오일 ‘대박’ 가능성 엿보여
           
장성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 입주한 (주)제나는 함평산 창포에서 추출한 오일을 원료로 기능성 천연 샴푸를 제조하여 올 8월 첫 판매를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우리 조상들은 단오 날이면 창포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했다. 이 점에 착안해 창포의 성분을 분석했다.

창포 뿌리에 강력한 살균력을 갖춘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머리 피부 트러블과 손상된 모발을 복원시켜주는 우수한 효능을 가진 이 창포뿌리에서 추출한 오일의 성분은 머리 세척력도 탁월하였다. 시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매일 샴푸를 사용하는 미용사들의 호응이 컸다.

하지만 창포에서 에센셜 오일의 추출 효율이 문제였다. 보통의 경우 끓는 물에다 우려내는 방식으로 오일을 뽑는다. 좀 더 추출효율을 높이기 위해 용매로 메탄올까지 사용했으나 겨우 3%정도 밖에 뽑혀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메탄올의 유해성분이 아무래도 조금씩 남아 있다 보니 께름칙했다. 하지만 나노센터의 초임계유체 추출장비를 이용하면서 이런 고민이 일거에 해결됐다. 초임계 추출은 메탄올 등 보조용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추출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 최근 각광받는 친환경적인 신기술 공법이다.

▲ 바이오제품은 연구개발 결과 가능성이 규명되어 식의약청으로부터 공식 인정되면 수십배씩 비싸게 팔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남지역에 자생하는 풍부한 생물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나노센터와 공동연구 결과 추출효율을 기존 방식보다 3배나 많은 9%까지 높일 수 있었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기존 샴푸들과도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전국의 미용사협회 회원들을 단체로 초청하여 창포오일 추출과정을 직접 확인시켰다. 나노센터에서 창포의 초임계 추출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연일 매출 주문이 이어지면서 ‘대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함평지역 농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나비축제 때 조경용으로 함평 천변에 심은 창포는 지금까지 눈요깃감에 불과했지만 올해 갑자기 소득원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 김국태 사업본부장은 매출증가에 발맞춰 내년부터 시설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운 겨울인데도 나노센터의 초임계 추출장비는 창포 오일 추출 작업 때문에 요즘 연일 쉴틈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헛개, 콩나물 등 기능성 제품 변신

나주 식품산업연구센터에 입주한 회사 ‘1#2’(대표 최영조)는 숙취해소용 콩나물 드링크 ‘ 원 케어(one care)'를 만들어 출시했다. 술을 깨기 위해 콩나물국 해장국을 즐겨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서 식품센터의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합성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콩나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다.

콩나물국 한번 먹는 양인 380g을 농축하여 자그마한 음료 병에다 담았다. 콩나물로 농축액을 만들다보니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문제였다. 쌍화 농축액을 약간 첨가하여 냄새를 상당정도 제거하였다. 올해 8월 농협 하나로마트 150개 점에 입점 완료했고, YTN 광고을 통해 ‘1박2일 마신 술 1#2 원케어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카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다.

장흥 천연자원연구원에 자리잡은 (주)피엔케이는 장흥군 관내에서 생산되는 헛개나무와 버섯을 비롯한 다양한 생약초를 원료로 건강식품을 제조 판매한다. 2007년 창업한 이 회사는 장흥에 새로 조성된 바이오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고 천연자원연구원, 한방산업진흥원, 버섯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했다. 그 결과 장흥지역에 자생하는 천연자원인 헛개나무, 백련, 버섯 등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했고 머지않아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헛개나무에 간기능 개선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밝혀지면서 한국요구르트가 2009년 8월 헛개 성분이 포함된 요구르트 ‘쿠퍼스’를 유제품 가운데 국내 최초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시장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1200억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짧은 기간에 올릴 수 있었다. 그 후 롯데 푸르밀, 매일우유, 풀무원, 광동제약 등이 앞다퉈 헛개나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주)피엔케이도 헛개나무의 본산지인 장흥의 잇점을 살려 헛개와 홍삼이 혼합된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지디는 곡성 생물방제센터의 기술지원을 받아 친환경 작물성장 조절제, 천연물 병해충 방제제 등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천연생물농약을 개발 판매한다. 전남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을 뒷받침할 친환경 농자재를 생산하는 것이다.

또한 ‘대동선가’는 완도 해양바이오산업센터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바다송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전남산 바다송어를 천일염으로 가공하여 연간 5천억원에 이르는 수입산 송어, 연어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160여 전남생물산업협의회 발족 본격 채비
 
이러한 전남지역 생물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지난 12월 9일 보성의 다비치콘도에서 열린 전남생물산업진흥재단이 주최한 생물산업지원사업 성과보고회에서 발표된 몇 개의 사례다. 생물재단은 산하에 7개의 특화센터가 포진해 있다.

▲ 그림 = 이 민 作
나주 식품산업지원센터, 화순 생물의약연구센터, 장흥 천연자원연구원과 한방산업진흥원,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 곡성 생물방제센터, 완도 해양바이오산업센터 등이 최신 장비와 전문 연구인력 200여명을 갖추고 낙후된 전남의 농수산업을 혁신시키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이날 전남지역 생물 관련 기업 160여 개가 전남생물산업협의회(회장 형기우)를 발족시켰다. 이 기업들은 그간 농수축산물을 단순 가공하던 방식과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7개 특화센터에 구비된 고가의 최신 장비와 박사급 인력들의 도움을 받아 생물공학기술에 바탕을 둔 기능성 고부가가치 바이오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바이오제품은 연구개발 결과 기능성이 규명되어 식의약청으로부터 공식 인정되면 수십배씩 비싸게 팔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남지역에 자생하는 풍부한 생물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쌀, 보리 뿐 아니라 전남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깨, 마늘, 양파, 유자 등 농수산자원은 물론이고 황칠, 동충하초, 고로쇠, 천년초, 매실, 편백, 전복, 메생이 등 전남에 자생하는 천연특산 생물자원을 소재로 연구개발과 신제품생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 가운데 분명 대박을 터뜨리는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빠르면 5년 길게는 10년 정도 지나면 이들이 성장하여 7개의 특화센터 소재지를 중심으로 생물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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