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1) - 시장, 공무원, 이장, 할머니, 아줌마가 경영하는 동네회사를 아십니까?
지역을 살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1) - 시장, 공무원, 이장, 할머니, 아줌마가 경영하는 동네회사를 아십니까?
  • 문상기 대표이사
  • 승인 2011.11.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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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1만, 경기도 재정자립도 1위, 1년 예산 1조 4천 만원. 숫자로 보는 용인시는 거대하다. 하지만 90년대 초 마구잡이식으로 파헤쳐진 땅에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섰고 10여 년간 행정타운, 경전철, 수지레스피아 아트홀 등 지역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어도 용인의 앞날은 밝지 않아 보인다. 급격한 도시화로 아파트촌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했고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고령화, 실직, 도심 공동화 현상의 결말은 지역붕괴로 이어진다. 전 세계가 피해갈 수 없는 고민 앞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역커뮤니티비즈니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이 살아가는 희망이 돼가고 있다.

 

싣는 순서

① 작은 지역의 큰 변화-순천시와 완주군
② 거대 지역, 용인의 현주소-완주군을 배우다
③ 경제가 살아나다-스위스 커뮤니티비즈니스
④ 마을이 세계로-이탈리아 커뮤니티비즈니스
⑤ 에필로그-우리가 꿈꾸는 용인의 미래

 


   
생활공동체에서 대안 찾는 순천

생활공동체에서 대안 찾는 순천

 

생활공동체에서 대안 찾는 순천

 

생활공동체에서 대안 찾는 순천 마을공동체, 기업, 사업, 일자리, 순환, 아이디어, 지역자원, 수익, 지역문제, 지속가능성, 공공성, 주민…‘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연관되는 핵심 단어들이다.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사업을 운영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주민이 자발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상품을 개발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로 요약되는 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목표는 ‘함께 사는 행복한 동네’다.


80세 할머니가 즐겁게 일하고 농촌을 떠난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동네, 아줌마들이 일도 하면서 봉사하고 마을 이장님이 사장이 되고 마을 주민은 주주가 되는 동네, 시장과 공무원은 이러한 동네에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고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네….


일본,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에서만 볼 수 있는 동네가 순천에도 있다. 세계적인 생태습지가 자랑거리인 순천시의 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생활공동체’로 확산되고 있다.
인구 27만, 비록 용인시의 30% 규모지만 행정은 앞서가고 있었다.
2004년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된 순천시는 누구나 다 하는 프로그램을 답습하지 않았다.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자치활동에 집중했다. 그 결과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마을 만들기’ 활동에 집중하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었다.


2005년부터 각 읍변동별로 ‘좋은 동네 주민자치 대학’을 개설해 마을에 대한 애정을 높여나갔다. 주민들 스스로 찾아낸 마을 문제를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풀어내고 실천으로 옮겼다. 2007년 ‘순천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마을 만들기 사업을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와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기존 조례를 정비해 전국 최초로 지난 6월 ‘순천시 생활공동체 활성화 조례’를 만들었다.


우리 마을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민들이 생각하는 고민은 다양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M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주민자치위원회는 EM녹색실버가에서 독자적인 민간법인 ‘에코그린평생지기’로 발전시켜 순천만갈대비누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또 별량면 개랭이영농조합법인 할머니들은 손맛을 살려 마을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고들빼기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순천시 여성문화봉사단은 순천밀로 빵을 만들어 수익금의 60%는 인건비로 40%는 봉사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또 경로당에 다니는 노인들은 순천만 갈대로 천연염색한 원단을 판매 중이다. 또 소일거리를 찾는 어르신들은 순천시에서 키운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과 밀착된 지역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단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판로였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상품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시장과 공무원이 죽기 살기로 나섰다.
순천시는 순천만생태공원을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단의 판로로 내놓았다. 직거래장터인 ‘순천만 공예특산품관’에는 오로지 ‘메이드 인 순천’만 있다.


순천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판매

순천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판매

 

순천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판매

 

순천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판매 순천만에서 생산하는 흑두루미쌀, 소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품, 커뮤니티비즈니스단이 생산하는 빵, 비누, 천연염색 옷, 복숭아병조림, 고추장, 간장, 소금 등 60개 업체에서 840여개 품목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2월1일 문을 열고 지난 10월24일 달성한 매출액은 10억여원. 순천만공예특산품관 점원은 “순천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면 판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의 모델 제시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순천만공예특산품관은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성, 공익성, 지역순환형 경제구조를 만드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원 내 유일한 먹을거리 공간
“고구마라떼 팔면 3명 고용”

순천만생태공원의 유일한 먹을거리 공원인 쉼터는 사업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순천시장은 식당을 운영하던 개인사업자에게 보상금을 내주고 그 자리를 지역주민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꾸몄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먹을거리 역시 ‘메이드인 순천’이다. 순천만사랑통장 출연금 4700만원으로 시작한 쉼터는 하루에 일하는 근로자는 12명 내외이며 이곳에 납품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50여 가지가 넘는다. 순천만 갈대차, 방사유정란, 홍시퓨레 등 이름만 들어도 순천시에만 있는 것들이다.


순천만 쉼터 운영자 양동엽씨는 “쉼터에서 고구마 곡물라떼를 판매하면 일자리 3명이 늘어난다”며 “체인점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쉼터와 연결돼 급여를 받는 농민까지 포함하면 40여 명이 넘는다며 농가 목록을 펼쳐보였다.


“시장님의 원칙입니다. 식혜를 판매하기 위해서 농가에서 엿기름을 재배하게 합니다. 그리고 설탕대신 매실을 사용해 매실 농민을 늘려가죠. 저희는 팥빙수 인절미까지 할머니들이 생산할 수 있게 합니다. 소량을 생산해도 판로가 있기 때문에 소득이 보존되고 시골 사는 어르신들까지 소득이 보장되는 것이죠. 그래서 관광객이 늘고 쉼터가 잘 될수록 순천시가 잘 살게 되는 것이고요.”수입 7억원대, 지출 7억원대 비록 순 이익은 800여 만원이지만 그 돈은 지역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모두 열성적이다. 쉼터 관계자는 “순천시장이 좋은 뜻을 가져도 주민이 안 따라주면 못하지만 시에서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순천시에도 고민은 남아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중간지원이 없다보니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나 시민들의 행정 의존도가 높아지고 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간의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나영삼 센터장
“행정과 민간을 잇는 지역커뮤니티의 산실”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
“농촌지역의 가장 큰 어려움중 하나는 행정과 주민을 연계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의 부재에 있다. 완주군은 행정과는 별도의 중간지원조직을 구성하고 민간인들을 대거 채용했다. 센터는 마을회사육성, 로컬푸드 활성화, 도농순환촉진, 커뮤니티비즈니스, 공감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중간지원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행정이 관련 정책과 예산을 수립한다면, 중간지원조직은 이러한 정책을 현장에서 주민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역으로 피드백 한다.”

-중간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센터 중간조직 구성원으로는 센터장 1명, 전임계약직 팀장 3명, (재)완주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사무국장외 3명, 기간제 근로자 1명이 일하고 있다. 사실, 인건비 총액제 문제에 걸렸지만 시장의 역점사업이기 때문에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농촌의 현실은 핵심인적자원과 주민 커뮤니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이러한 중간지원조직의 활동으로 각 부분별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가 생겨나고, 건강한 주민커뮤니티가 활성화할 수 있다. 순환센터를 구성하는 각각의 중간지원조직은 농촌형 사회적기업의 모태가 될 수 있다. 주민과의 결합도 강화 및 자립적 경영과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인적, 물적 기반을 확충해가야 한다. ”

- 센터의 중점 사업을 소개한다면.
“ 완주군이 그동안 자체사업으로 추진해온 70여개 마을공동체사업을 토대로 ‘주민 주도의 자립형 마을회사’ 100개 육성을 위해 마을사무장, 호민관(행정도우미), 마을닥터(분야별 외부전문인력) 등 주체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창업보육센터도 운영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농촌형 소셜 비즈니스’다. 마을단위 특산물은 물론, 다양한 인적, 물적, 문화역사적 자산 등을 토대로 사업모델을 만들되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형이다. 2010년 5월 민-관 공동으로 재단법인 커뮤니티비즈니스지원센터를 창립해 운영 중이다. 로컬푸드는 ‘밥상 안전’을 테마로 농산물 수입개방의 외풍을 이겨내자는 개념이다. ‘얼굴이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 생산과 책임 있는 소비’를 통해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간 소통을 활성화하자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도농순환은 마을회사 등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귀농·귀촌 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공동체마을을 연계한 체험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도농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전략 개념이다. 공감문화는 옹기 제작 등 사장되는 농촌문화자원을 발굴해 상품화하는 공간, 주민들의 칠순잔치나 한여름밤 영화상영이 열리는 공감문화공간, 문화공동체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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