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 시장의 외국어 사랑(?)
강운태 시장의 외국어 사랑(?)
  • 정인서 편집이사
  • 승인 2011.08.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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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은 광주시민들에게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주시가 금남로의 광주가톨릭센터에 ‘5.18아카이브’를 설치하고 ‘5.18인포메이션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그런데 조금 마음이 언짢았다. 왜 여기서 ‘아카이브’나 ‘인포메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가이다. 강운태 시장의 지극한 외국어 사랑(?) 때문일까? 충분히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해도 될 일이 아닌가 싶었다. 완전히 우리말로 정착된 센터와 같은 외래어는 예외로 한다고 치더라도 말이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펼쳐들고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동안 여러 차례 광주시 관계자들에게 말을 했다. 어떤 시설의 명칭이나 행사, 정책 등을 발표할 때 가능하면 외국어(외래어)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해줄 것을 청원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 ‘5.18등재추진위원회’가 ‘5.18아카이브추진위원회’로 명칭을 바꾼다는 것이다. 강운태 광주시장, 조비오 신부, 강신석 목사, 김영진 의원, 안성례 5월어머니집 관장 등은 ‘아카이브’를 우리말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카이브(archive)’라는 단어는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이다. 물론 이 뜻은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를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에 대한 순화어로 ‘자료전산화’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5.18민주화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본다면 이는 기록물 그 자체이기도 하고 그 기록물을 보존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기록보존소’라는 말도 좋을 듯싶다.

다음 달에 치러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시 가운데 ‘어번폴리(Urban Folly)’가 도심 곳곳에서 한창 막바지 작업 중이다. 여기서도 한 발 양보해 디자인비엔날레는 그런다 치더라도 ‘어번폴리’가 좀 거슬렸다.
이때도 필자는 승효상 총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어번폴리 명칭을 우리말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했다. 승 감독은 “충분히 고려해서 바꾸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두어 달이 훌쩍 지나더니 이달 초께 ‘광주폴리’로 슬그머니 바꾸었다.

광주시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부러 자주 묻는 질문이다. “어번폴리가 무슨 뜻이지요?” 대답을 못한다. “혹시 ‘클러스터(cluster)’는 조금 감이 오는가요?” “여성가족부에서 아웃리치(Out reach)하고 그룹홈(Group Home)한다는 데 들어보셨나요?”
지난달 광주시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부탁했다. 가능하면 보도자료에 사용되는 내용이라도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정책용어가 아니라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오늘 아침 광주시 누리집(Homepage)에 있는 보도자료방에 들어갔다. 지난 두 달 정도 자료 가운데 얼른 제목만 살폈더니 ‘네트워킹 확대’, ‘마스터플랜 수립’, ‘문화산업 메카’, ‘퍼레이드’, ‘빛고을Loan’, ‘쉼터 캠프’, ‘셀프주유소’ 등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반면 이렇게 좋은 말도 있었다. ‘청소년 문화둠벙’, ‘노인보호구역(silver zone)’ 등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용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듯싶다. 정부의 법률에도 이 정도이니 지방자치단체쯤이야 무슨 생각이 있으랴. 국회의원들은 ‘비즈니스벨트’가 무슨 뜻인지나 알고 있는 지 역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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