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의고사와 진짜 수능시험의 차이는?
가짜 모의고사와 진짜 수능시험의 차이는?
  • 노영필 철학박사
  • 승인 2011.07.18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필/ 전남고,철학박사
“선생님, 시험 보고와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해요. 어떻게 해요.”
“제가 불안해 죽겠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좀 도와주세요.”

몇 일전 고3 수험생을 위한 7월 모의학력평가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한 학부모에게 걸려 온 전화다. 고3 아들의 초조하고 불안한 정서를 그대로 전달한 내용이다. 그 학부모는 얼마나 속이 탔으면 다짜고짜 하소연이었을까. 아이는 아이대로 죽을 둥 살 둥 해온 공부였을 것이요, 부모는 살얼음 같은 심정으로 뒷바라지했을 터이니 더욱 안타깝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다지 마음만큼 넉넉한 결과를 만들어 주지 못했으니 ‘아이의 선택’은 혹독할 뿐이다.

정확히 아이들 앞에는 대학수능이 120일 남았다. 이즈음 아이들은 지루함, 더위, 불안감 등으로 가장 피폐된 시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로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리고 촘촘하고 넉넉한 보살핌이 필요한 때이다.

“어머님, 결코 7월 모의평가는 연습입니다.”
“실전인 수능은 아직도 4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여유를 가지게 하세요. 여유를!”
“아이에게 첫 째도 둘 째도 경계할 일은 초조감과 불안감을 거둬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왜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인지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대학수능,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아이들에게 닥쳐온 가장 큰 시련이 아니겠는가. 단판 승부, 공포스러울 만큼 거대한 파고로 밀려오는 수능시험은 생각만 해도 살 떨리는 일이다. 이 절박함 앞에 대한민국 교육병폐의 사회구조와 제도를 운운할 여지가 없다. 원대한 인생의 포부를 가지고 수험생활을 시작했더라도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결전의 날 앞에 자신의 노력과 투자가 빛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할 뿐이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이의 현실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정의 부모님과 학교의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이의 감정을 토닥여주고, 아이의 눈길이 미치지 못한 사각지점을 읽어 주고, 무조건 좋은 대학 가야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아이에 맞는 학과 중심의 조건없는 입시 정보를 판단해 주어야 한다. 현실은 얼마든지 자기 유형의 입시조건을 찾을 수 있다. 3,000여 가지 가까운 입학전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수능성적 하나로 가는 시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정말로 많이 달라진 것이 최근의 입시제도다.

부모님의 상황판단능력도 중요하다. 예컨대 평가원이 출제한 6월 평가든 타교육청에서 출제한 7월 평가든 수험생의 입장에서 판단해 주어야 한다. 이 평가를 과정으로 보느냐 결과로 보느냐는 향후 대응방향이 달라지지 때문이다. 즉, 시험이 끝난 뒤 치밀한 분석과 계획을 위한 ‘과정’으로 본다면 자신이 안고 있는 한계와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보충해 갈 수 있을 것이요, 지금까지 이렇게 공부했는데 하면서 ‘결과’로만 점검한다면 상처와 자학을 키워 앞으로 남은 시간에 집중해야 할 의욕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직 여리다.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이 감당하기 어렵다. 어른인 우리들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늘 공존한다.’는 사실의 생각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던가. 아이들에게는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첫 번째 해결책이다.

부모님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이더라도 억지로라도 잠시 여유를 찾아야 한다. 절망을 말하는 아이 앞일 수록 그들의 감정에 휘말려 들어서는 안 된다. 역정을 내서도 성급함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저 묵묵히 ‘부모의 여유’로 위로하는 것이 지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