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주둔지 수질조사
미군주둔지 수질조사
  • 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7.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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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 시민의 소리 이사
월남전에 참전한 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이 있다. 젊은 날 월남에 다녀온 그는 고향에 돌아온 후 시나브로 병들어 갔는데, 처음에는 왜 그랬는지 이유도 몰랐다 했다. 그랬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보상은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시골 벽촌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곳에 그대로 정착한 그는 농사꾼이 되었으나 결혼 후 한창 나이에 접어들 때부터 병색이 깊어져 자리보전을 하게 되고 가세는 말할 수 없이 기울어 갔다. 결국 고엽제에 의한 병이라는 것이 확인되어 보훈병원 신세를 질수는 있으나 이미 그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이제 환갑에 달한 나이이니 그의 병은 40년 이상 그의 몸을 괴롭히고 온전한 정신과 삶을 앗아가 버린 셈이다.

고엽제가 얼마나 무서운 화학무기인지 얼마만큼 잘 알려져 있을까. 죽음이 찾아들기 직전까지 한 사람의 생을 완전하게 파괴하는 그 처참한 모습을 인류역사는 되새기기나 할까. 전쟁이라는 가장 야만적인 행위를 태연자약하게 저지르는 강대국의 죄악은 어떤 방식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주한미군 주둔지에 대한 유해물질 매립과 관련, 광주 광산구가 수질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광산구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다. 지금도 완전 철수되지 않고 미군 일부가 남아있는 곳으로, 미군은 현 상무지구(전 상무대)로부터 광주 공항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했었다.

상무신도심에 자리해 도시의 운치를 더하고 있는 운천저수지도 상무대 바로 앞에 위치했다. 운천저수지의 이름은 옛 마을 이름이었던 운천동에서 따왔는데 우물 천(泉)가 들어있을 정도로 맑은 지하수가 샘솟았던 동네로 알려졌다. 운천저수지는 매년 멱감다 죽는 아이가 한명씩 생겨 부모들의 근심을 샀는데 저수지 바닥에서 찬물이 샘솟아나 수온차이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 운천동에는 마을 한가운데 큰 샘도 있었다. 사각형의 돌담으로 둘러쳐 진 샘은 바가지로 떠올릴 정도로 찰랑찰랑거렸고 샘 주변도 돌을 다듬어 바닥을 깔아놓은데다 아래쪽에는 빨래터까지 있어 온 동네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되었던 곳이다.

운천동에서 송정리 사이에는 황룡강이 흐른다. 서쪽으로 지는 붉은 해를 반사하면서 유유히 흐르는 황룡강을 넘어서면 바로 광주공항이 나타나는 것이다. 광산구청의 지하수질 조사 착수는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짚고 나선 것이다. 더더군다나 이 곳은 광주의 새로운 도심으로 부상하면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다.

반세기 전 주한미군이 주둔군이라는 미명아래 들어와 주인노릇을 했던 운천동과 송정리 일대. 도시가 되기 이전, 논밭과 저수지, 하천, 평야가 펼쳐져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지역.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군들이 이곳에 어떤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나중에 역사도 정리해야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늦었다 해도 물이 얼마만큼 오염되었는지 꼭 알아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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