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기로에 서있는 담양 여행길
5.담양에도 길이 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누정길(정자길)
<기획취재>기로에 서있는 담양 여행길
5.담양에도 길이 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누정길(정자길)
  • 편수민 기자
  • 승인 2011.07.1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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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만들어진 길, 그 뒤안길

길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그리고 역사를 만난다. 길은 어떤 길로 가느냐에 따라 종착점이 크게 달라진다. 최근 길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걷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전국으로 '길 문화'가 확산됐다. 본지는 이러한 길에 대한 재조명과 개발가능성, 문제점 등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금의 ‘도보열풍’을 일으킨 선두주자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담양에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담양에서는 기존의 길을 다듬고 새로운 길을 열려는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아스팔트를 걷어 낸 '메타세콰이어길'

 

담양은 '도보열풍'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으로 인해 기로에 서있다.


담양길이 명품길로 갈지 아니면 이 상태에서 멈출지...


메타세쿼이아길(이하 메타길)은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거기에 실제로 방문한 메타길은 기존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꿈의 드라이브 코스에서 환상의 도보길로 변모를 준비하고 있다.
담양군은 ‘메타길’ 외에 황․흑․백․청․홍을 주제로 한 ‘오방길’을 새롭게 논의하고 있다. 한 민간단체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담양의 특색을 담고 숨겨졌던 길을 발견하는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메타세콰이어길'

 



변화를 시도하는 ‘메타세쿼이아길’

담양은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시범가로 지정되면서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가로수를 심었다. 중국이 산지이나 개량과정을 거쳐 이때 심어진 3~4년짜리 묘목이 지금은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하고 아름다운 가로수 풍광을 만들었다.
그 수려한 풍경만큼 메타길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뒤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유명 관광지이다. 이러한 담양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메타길에 최근 여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첫 번째로 담양군은 최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의 담양다이너스티 입구~담양읍 학동마을 입구, 1190m구간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냈다.

대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의 생육을 돕기 위해 부엽토를 첨가한 흙길로 조성해 산소와 음이온 발생량이 높여 죽림욕장으로 각광 받고 있는 ‘죽녹원’과 기존의 흙길인 ‘관방제림’과 연결되는 생태 숲길로 변모를 꾀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메타길의 경관 보존 등의 이유로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담양군은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메타길의 경관 보존 등을 위해 유료화를 골자로 한 관리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대로,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은 1500원, 어린이에게는 1000원의 입장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메타세콰이어길'

 



군 “유료화, 관리위해 꼭 필요” vs 방문객 “얄팍한 돈벌이”

담양군의 메타길 유료화 추진 배경에는 방문객에게 일종의 ‘관광세’를 물려 가로수를 보전하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이 있다.
몰려드는 인파로 경관이 훼손되는 등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도 24호선 담양읍·금성면 구간 1.5㎞에 두 줄로 늘어선 470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앙상한 뿌리를 드러낼 정도로 곳곳이 상처받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과 관광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최근 논란이 됐다. 담양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이 일고 있다. 담양군 홈페이지의 군민참여 란에서 이러한 불만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담양군민 서 모씨는 “7~8년 쯤 도로 확대․포장을 위해 메타세쿼이아를 베어 낸다고 말한 행정당국이 이제와 메타길을 상대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얄팍한 상술로 담양을 찾은 사람들을 기만하지 말길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광주 시민이라고 밝힌 조 모 씨는 “아스팔트를 걷어 낸 것만으로는 입장료를 받을 명분이 되지 못한다”면서 “돈 받아도 될 만한 관광시설인지 객관적인 컨설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메타길 유료화 찬반 논란에 대해 박철홍 도의원(담양1)은 지난 6월 초에 “두 주장 모두 일리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관광은 자선사업이 아니다”며 “장기적 차원에서 관람료를 받아 체계적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담양군의 의견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군은 입장료를 내고 방문한 관광객들이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개방을 앞두고 있는 오방길의 제5코스 '누정길' 위, '가사문학관' 전경

 

소쇄원 입구

 

 

소쇄원 전경


기대와 우려 속 ‘누정길’

담양군 관광레저팀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에 ‘오방길’ 개방을 목표로 현재 이정표 등을 설치하는 등 관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오방길은 담양읍을 중심으로 슬로시티 창평권역, 담양하천습지권역, 가사문학권역, 담양호 주변권역내의 문화생태 탐방길이다.총5코스로 총거리가 63km로 구성되었으며 평균 도보로 평균 3~4시간이 소요된다. 황․흑․백․청․홍의 색에 오행의 토․목․백․금․화․수(土․木․白․金火․水)를 연계해 수목길, 산성길, 습지길, 싸목싸목길, 누정길로 구성됐다.
5코스인 누정길은 총32km로 오방길 중 가장 긴 코스로 걸어서 11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의 여행길이다.

누정길에는 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식영정, 명옥헌, 면양정 등이 있어 옛 정자의 정취를 느낄 수가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소쇄원 이외의 다른 정자들도 대부분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명옥헌 원림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와 잘만 다듬고 관리한다면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길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명옥헌 원림

 



작년 12월이후 관리 기록을 찾을 수 없던 '식영정' 소화기
하지만, 이러한 누정길의 장점 뒤로 걱정스러운 면이 눈에 띄었다. 누정길 위의 유서 깊은 정자들은 목조건물 임에도 비치된 소화기 관리에 소홀했고 대부분 화재에 대한 방비가 부족해 보였다. 이 때문에 담양군의 향후 문화재 관리에 있어 경각심을 가진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정자로 향하는 계단이 가파르고 우천시 미끄러워 방문객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높았다. 정자 대부분이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있고 범죄 장소로 악용될 소지도 엿보여 좀 더 세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했다.


중요한 시점에 서있는 ‘담양길’

이처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담양군도 기존의 길을 보강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길을 개발하는 등 ‘도보열풍’의 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직접 방문한 담양은 관광도시라 불리는 제주도만큼이나 다양한 관광자원과 특유의 멋진 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여행길 개발을 위한 여러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예로 메타길에서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한 포크레인을 볼 수 있었고 누정길 위의 정자 주위에서 관리를 위한 담양군 마크가 선명한 트럭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지난 4~5년간 담양의 숨겨진 길을 개발 노력을 해온 자생적 비영리조직인 ‘꽃길십리물길십리 추진위원회’ 정은주 위원장은 “올해 가을에 구체적 모습이 그려질 계획이며 모든 스토리텔링 작업이 끝난 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해 향후 다양한 담양길이 열릴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양 여행길들은 모든 계획이 완성되고 개방이 된 후에야 그 성공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를 포함한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들을 최소화 하기위한 중간점검 과정이 꼭 필요해 보였다.

담양은 '도보열풍'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으로 인해 기로에 서있다. 담양길이 명품길로 갈지 아니면 이 상태에서 멈출지는 민과 주민이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할 과제로 남겨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가사문학관 연못
식영정
 
소쇄원
명옥헌

 

누정길 위 (소쇄원)에서 만난 동물들

 

누정길_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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