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식품첨가물, 나노기술이 밝힌다.
못 믿을 식품첨가물, 나노기술이 밝힌다.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6.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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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아지노모토’ 혹은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진 식품 첨가물MSG((Monosodium Glutamate)는 맛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있다. 어찌나 감칠맛과 향이 좋던지 사람들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예전에는 감칠맛이 별도로 존재하는 맛이 아니라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복합적인 맛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2000년도에 사람의 혀에 글루탐산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감칠맛도 맛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늘날 MSG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식품 첨가물 가운데 하나다. 그 이유는 MSG가 천연조미료 맛보다 10배 이상 강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다른 나라보다 널리 애용된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인이나 유럽인들 역시 칩부터 캔 수프에 이르기까지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MSG

아지노모토는 다시마에서 유래했다. 일본인들은 국을 끓일 때 담백하고 감칠맛을 내기 위해 다시마를 즐겨 사용했었다. 1908년 동경제국대학의 이케다 키쿠나에 박사는 다시마의 맛이 글루탐산 나트륨이라는 생화학 성분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내고 화학구조식을 밝혀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스즈키제약소가 그 추출법 특허를 구매해서 상업화하였다. 그러나 다시마에서 뽑아낸 초창기의 ‘천연조미료’는 추출량이 매우 소량이어서 너무 비쌌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 때는 밀가루에서 글루텐 성분을 뽑아내 염산으로 가수분해를 한달지, 석유화학 물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화학조미료’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비쌌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당밀을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아지노모토는 값싸고 맛있는 ‘인공조미료’로 세계인의 입맛과 식탁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짧은 시간에 일본의 맛이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해 버린 것이다.



안전성 논란 끊이질 않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던가. MSG는 처음부터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일부 사람들이 두통과 오심 그리고 다른 부작용을 호소했다. 1968년 중국집에서 식사를 한 일군의 사람들이 뒷목이 뻣뻣해졌다든지 부분적으로 마비가 왔다든지 하는 일이 생겼는데 원인은 아마도 MSG나 소금 때문이 아닐까 하는 논문이 출판되었다.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생겼다고 해서 ‘중국집 신드롬’이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비난여론이 이렇듯 빗발치다보니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합동전문가위원회에서는 1971년과 1974년 두 차례 회의를 갖고 MSG의 일일허용치를 120mg으로 정하고 12주 미만의 유아에게는 주지 말도록 권고했다. 동물실험에서 어린 쥐에게 투여한 결과 혈중농도가 심각하게 상승한 것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출시된 롯데라면이 MSG 첨가 여부로 논란을 빚어졌다.

미국 FDA나 우리나라 식의약청 등은 공식적으로 MSG를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조미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일반 가정에서 MSG의 소비도 크게 줄었다. 생산공장은 동남아로 이전했고, 회사명도 바꿔버렸다. 하지만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패스트푸드나 음식점의 주방에서 인공조미료의 사용은 여전하다.

MSG가 비만의 원인?

MSG가 최근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허리를 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이 ‘임상영양학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과거에도 MSG가 체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MSG가 체중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다만 주장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다르다.

1만 명 이상의 중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5년6개월에 걸쳐 방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신빙성이 높다. 연구결과 MSG를 하루 5그램 이상 가장 많이 섭취한 남녀들이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에 비해 과체중이 될 위험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 당뇨, 암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호르몬 유전자 ‘렙틴’의 마술
1994년 쥐에서 처음 발견된 렙틴은 체중 조절에 관여한다. 렙틴이 부족한 쥐는 몸무게가 정상 쥐의 3배나 되었다


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연구팀은 "MSG가 체중을 증가시키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식욕과 체내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MSG가 어떤 원인과 메커니즘에 의해 비만으로 연결되는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일부에서는 MSG가 식욕을 자극하므로 사람들이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고 생각했다. 다른 연구팀들은 MSG가 식욕을 조절하는 체내 신호전달 시스템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연구팀은 MSG가 ‘렙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렙틴(Leptin)은 호르몬 유전자의 일종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대사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쥐에서 처음 발견된 렙틴은 체중 조절에 관여한다. 렙틴이 부족한 쥐는 몸무게가 정상 쥐의 3배나 되었다. 이 쥐에 렙틴을 투여하자 몸무게가 정상으로 돌아와 렙틴이 식욕조절 유전자임을 알게 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몸속에 지방이 너무 많아지면 렙틴 유전자가 만들어진다. 우리 몸은 오랜 환경변화를 거치면서 진화해왔다. 유사시에 에너지원인 먹이가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평소 지방의 형태로 몸 안에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런데 요즘 음식이 너무 많아 영양분 공급이 넘치다보니 자연히 체내에 지방이 자꾸 쌓이게 된다.

이럴 때 지방세포는 더 이상 에너지가 필요 없을 만큼 충분하니까 음식을 그만 먹으라고 뇌에다 신호를 보낸다. 그 심부름 꾼이 지방세포에서 만들어내는 렙틴이다. 렙틴은 피를 타고 뇌에 도달한다.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에 자리잡고 있는 수용기와 결합하여 포만감을 전달하면 뇌는 식욕을 감소시키도록 명령한다. 또한 렙틴은 생식호르몬 생성을 촉진하고 지방산화 과정에 관련하여 체내에서 열도 발생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팀은 "MSG가 렙틴이 더 많이 생산되게 하고 렙틴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인체가 식품 섭취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적절하게 가공할 수 없게 만들어 MSG를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하루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느냐와 무관하게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비만을 주로 에너지 과다 섭취와 소비 사이의 불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연구해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렙틴 유전자의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노기술이 밝혀내는 유해물질의 실체

이와 같이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진행되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나노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렙틴 유전자의 경우 이상 물질이 유전자인 DNA에 달라붙게 하여 정상적인 호르몬 대사조절 기능을 방해한다는 이야기다. DNA는 1~5나노미터 크기다. 이와 같이 세포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미세한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나노크기를 관찰할 수 있는 정교한 주사탐침현미경 등 나노기기나 장치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렙틴과 같이 특이한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유전자 단백질을 탐색하는 바이오마커 등도 나노바이오기술의 성과다. 앞으로 나노기술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 암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의 원인들도 훨씬 더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20세기를 ‘화학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나노바이오 시대’라고 불려진다. MSG는 화학적 지식의 산물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생명의 신비에 성큼 다가서는 나노바이오 시대를 맞아 MSG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비단 MSG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에만 그쳤던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나노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그 유해성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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