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와 육아, 법무부장관
여성검사와 육아, 법무부장관
  • 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5.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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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 시민의 소리 이사
해남군 송지면에는 11남매를 둔 부모가 살고 있다. 큰 딸이 올해 대학교 2학년이고 막내가 두살배기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불과 몇십 가구에 불과한 아주 자그만 바닷가 마을이다.
넉넉할 리가 없는 살림이지만 아이들 부모는 마음에 그늘이라곤 없다. 11남매를 낳은 엄마는 아이가 한명씩 생길 때마다 하늘이 주신 선물로 생각했단다. 사랑으로 가득 찬 부모의 심성을 닮아서인지 아이들 역시 착하고 예쁘게 자란다.

간호대학에 입학해 장차 의료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은 물론 부모와 동생들을 챙기겠다는 게 이 집 큰 딸의 포부다. 구김살 하나 없이 곱고 반듯한 대학생으로 성장해 부모와 주변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 장녀다. 작년에 태어난 막내딸은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어린이복지재단이 나서 가족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주택 설립에 나섰던 것이다. 여러 독지가들의 도움도 답지했다. 세탁기 2대를 포함한 가전제품 기증이 이어졌고 주택 설비업체들의 시공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이제 11남매는 자신들의 책상도 하나씩 갖고 모두 모여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넓은 거실도 생겼다.

이들 부부가 아이들을 많이 낳은 데는 몇 년 전 작고한 할머니의 지원과 신앙심이 뒷받침되어서였다 한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할머니는 부모가 바다에 나가 일하는 동안 집안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해 주어 아들부부의 짐을 덜어주었다고 했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축복 속에 태어나 여전한 부모의 사랑 속에 크고 있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은 벌써 그물을 손볼 정도로 의젓하며 4살 먹은 여동생은 젖먹이 꼬마와 놀아주는 일로 엄마를 거든다. 형제자매가 많을 경우 어느 정도 크면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돌보기 때문에 부모가 육아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일은 많지 않다. 서로 보살피면서 알아서 성장해가는 이들 11남매의 10년 쯤 후가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송지부부의 다자녀 출산은 저출산 시대인 요즘 새삼 귀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국가의 미래까지 우려되는 오늘날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에서 11남매가 화락하게 살고 있는 모습은 이상사회의 그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아이를 하늘이 내린 선물로 알고 항상 따뜻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자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하는 부모의 참모습이다.

앞으로 20년 후면 우리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을 것이다. 주곡인 쌀의 경우 그나마 경지정리와 농기계의 보급에 힘입어 자급율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 외 모든 밭작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다. 아마 10년쯤 후면 밭작물 생산은 제로지점에 가까워질 것이다. 지난해 겪었던 김장배추 파동과 같이 김장철 배추는 항상 부족하고 그때마다 중국산으로 대처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나 정책 입안자들은 그에 따른 장기적인 대안과 정책을 모색이나 하고 있을까.

현직 법무부장관이란 분이 여성검사들이 일보다는 아이를 더 소중히 여긴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개인에 있어 일보다는 아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과 양육 문제는 이미 개인적 측면을 떠나있다. 저출산-인구감소-폐농-식품수입-우리집 식탁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은 ‘사소한’ 워킹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나오는데로, 편협한 자기 식대로 막말하지는 않았을텐데 싶다. 잘 배운데다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법무부장관이 생각한다는 것이 그 모양 그 꼴이다. 에휴~참 이래저래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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