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안 돌게 이야기
서남해안 돌게 이야기
  • 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5.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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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 시민의 소리 이사
영광 앞바다에서 발견된 돌게(민꽃게) 몸에 붙은 이물질이 국내에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하등 무척추동물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이 동물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었으며, 따라서 그 정체는 외국의 자료를 통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간장게장을 담아 먹는 돌게는 전남 서남해안에서 잘 잡히는 연근해 어종이다. 갯벌과 해조류, 갯바위의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고 오염되지 않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돌게는 깊은 바다로 숨는 추운 겨울 한철만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잘 잡혀 올라온다. 굵은 바위를 뒤집어 보면 이놈들이 물거품을 내며 순식간에 도망가는데 이때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몸통 양쪽을 꼭 집어 올려 잡아낸다. 노랗고 빨간 알을 품고 있을 때 서해 꽃게로 담근 게장 못지 않게 맛있는 이 돌게는 가을 바람이 슬쩍 도는 추석 즈음에 최고로 맛을 낸다.

이 돌게도 무조건 다 게장을 담는게 아니다. 생긴게 어슷비슷하지만 유난히 크기가 크고 등껍질과 집게 빛깔이 반질거리며 붉고 푸른 색깔이 도는 우람한(?) 놈은 장으로 담그지 않고 구워먹거나 삶아먹으면 맛있다. 또 막 탈각을 끝내 게딱지가 속살처럼 부드러울 때는 삶아서 껍질 채 먹으면 좋고 게장은 담그지 못한다. 하지만 살이 올라 막 잡아 올린 돌게는 삶거나 굽거나 게장을 담거나 어쨌든 그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간혹 외국 여행지에서 구운 바다 가재 요리를 먹고 감탄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구운 돌게 맛도 그 못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일본의 유명한 게요리에 쓰이는데 값이 좀 비싼 편이다. 북해도의 유명한 일본 대게는 한 마리에 1만엔 이상을 받기 때문에 비싸서 먹을 엄두를 못낸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서남해안의 돌게는 비교적 값이 저렴하다. 산지에 가서 잘만 사면 게장용에다 구워 먹을 몇 마리까지 사서 행복한 식탁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런 돌게가 몸통 전체에 이물질이 잔뜩 붙어 흉측하게 변한 것을 보니 바다 속에 이변이라도 생겼나 걱정이 앞선다.

지금 남해는 서서히 올라오는 멸치떼를 맞고 있다. 육지에는 봄의 전령이 꽃이나 새지만, 바다는 갑오징어가 그 역할을 하고 이어 멸치와 까나리, 전어, 밴댕이들이 뒤따라 어장에 든다. 갑오징어는 산채로 그대로 찜기에 넣어 오랫동안 푹 쪄내면 먹통과 내장이 어우러져 아주 고소한 맛을 내는 별미요리가 된다. 스페인 남부 해안지역은 오징어 먹물요리가 유명한데 우리 서남해안에서 잡힌 갑오징어찜에 비할까 모르겠다. 이제 봄부터 가을까지 따뜻해져 오는 연안에는 문어와 장어, 전어, 광어 같은 생선들도 넘나들 것이다. 그러나 마냥 어장이 풍부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해마다 해파리와 불가사리 같은 어류가 번성하면서 어부들을 낙담하게 만든다. 수온이 너무 높아도, 또는 너무 낮아도 바다에서 건질 것이 없어진다.

어부들은 그물에 올라오는 생선 종류를 보기만 해도 바다의 변화를 감지한다. 연안 어업이 막 활기를 띠기 시작한 시기에 발견된 돌게의 무척추동물은 바다가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어촌 소득이 농촌의 평균을 웃돌면서 부촌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현재 수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어느 정도일까. 배추건, 삼겹살이건 부족하다 싶으면 망설임없이 수입 결정을 내리는 당국인데 수산물이라고 별반 다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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