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첩_12]
금호, “고향 등지고 부모 버릴 놈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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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고향 등지고 부모 버릴 놈 될래?”
  • 시민의소리
  • 승인 2011.05.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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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유스퀘어전경 ⓒ출처_금호터미널 공식홈페이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때 급성장했다. 대우건설도 먹어치우고 대한통운도 먹어치웠다. 그런데 갑자기 소화불량에 걸렸다. 아니 소화불량이 아니라 잘못 먹었다. 그래서 이제는 토해내게 생겼다. 토해내다 보니 제 몸도 축나게 될 형편이다.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할 줄 모른 채 기업 확장에 뛰어들었다가 자칫 뒈지게 생겼다. 이제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꼬락서니다. 금호가 어떤 회사인가. 선대 박인천 회장이 해방 이후 미국산 중고택시 2대로 회사를 차려 광주고속이라는 회사를 출범시켜 아시아나항공까지 키워 오늘에 이르렀다.

해방 이후 창업 기업들은 3대를 못 넘긴다더니 금호도 그럴 모양이다. 어쨌든 금호는 광주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터미널 부지를 되팔아가며 돈을 번 회사다. 그렇다면 그러한 탯자리에 대해서는 목숨을 지키듯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선 ‘산송장’ 목숨 하나 건지자고 그 탯자리를 내놓겠단다.
예전에 어떤 의사가 말을 했다.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저 오래 살려고만 하지 말고 질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소 호흡기를 대고 병원에서 10년, 20년 누워 있고 의식도 없다면 그게 무슨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치 요즘의 금호의 형국을 보니 딱 그런 꼴이다. 금호그룹 유동성을 위해 대한통운에 버스터미널을 넘겼다가 이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대우건설에서 대한통운을 매각하는 과정에 자회사인 아시아나공항개발, 아스공항은 분리해 금호 측에 매각하겠지만 버스터미널은 분리 매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의 상징, ‘롯데’는 절대 안 된다

‘롯데’라는 기업이 있다. 무서운 기업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룡이다. 커다란 몸짓으로 아무거나 먹어치우는 잡종이다. 아니 아무거나 먹어치우지 않고 서비스와 유통업만을 집중 공략한다. 대부분 현금장사다.
대기업들은 겉으론 사회공헌, 상도덕을 말하지만 사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별로다. 그들은 이익에만 천착하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형식적이다. 그나마 ‘롯데’는 그런 형식마저 갖추지 않는 대표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롯데’의 횡포가 이번에 광주버스터미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벌써부터 걱정된다. 광주터미널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인 데다 대형 유통점이 입점하기에 최적의 장소여서 ‘롯데’가 절대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면 포스코와 CJ는 우호적인 태도다.
광주터미널은 유스퀘어를 포함해 전국 18곳에 버스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모태기업이다. 항공기 수화물 하역 등을 담당하는 아스공항,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시설 관리업체인 아시아나공항개발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금호에게는 필수적이다.

금호측은 버스터미널을 2009년 9월에 매각한 가격에 되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우건설과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실제 가치대로 값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버스터미널은 2009년 2,190억원에 금호산업에서 대한통운으로 매각됐으며 가격경쟁이 제대로 붙을 경우 당시 매각가격의 두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에 이어 광주시의회까지 성명을 통해 광주버스터미널의 분리 매각을 촉구하고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금호측이 아시아나공항개발과 아스공항에 대해서는 인수의사가 있지만 광주버스터미널은 인수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란다.

탯자리 지켜내야 새생명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 전남 지역민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해석할까. 답은 간단하다. 고향 등지고 부모 버린 놈 치고 잘된 꼴 못 봤다는 것이 우리네 속설이다. 고향이 왜 있는 것인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왜 죽을 때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며 죽는 것일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역사와 함께 해온 버스터미널의 주인이 외지기업으로 넘어가면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이 느낄 심리적 상실감도 크다. 특히 ‘롯데’라는 기업이 인수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롯데’는 현금장사 기업들만 수없이 합병했다.

GS마트, GS백화점, 기린, 마이비, 타임스, 럭키파이, 데크항공, 필리핀펩시, 두산주류사업부, 바이더웨이, AK면세점, 파스퇴르유업에 이어 대선주조의 재인수에 뛰어들었고 이제 광주버스터미널이다. 누군가 “정말 롯데그룹의 인수합병 모습을 보면 개미지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고 했다. 공감이 간다.
금호에게 묻고 싶다. 터미널이 ‘롯데’에게 넘어가길 진정으로 바라는가. 모든 것을 다 비우는 마음으로 금호고속과 광주버스터미널을 목숨처럼 지키길 바란다. 다른 것을 다 팔아서 세 배라도 주고 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민들은 금호를 따뜻하게 가슴에 품고 사랑할 것이다. 그것만이 탯자리를 지켜 새생명이 움트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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