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바이오기술, 어디까지 왔나?
나노바이오기술, 어디까지 왔나?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4.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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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전남 나노바이오연구센터가 장성군 남면에 자리를 잡고 문을 연지 어언 일년이 흘렀다. 2007년 첫 삽을 뜬지 3년6개월만에 건축과 장비도입, 인력채용 등을 마무리하고 2010년 4월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일년은 필자에게 너무나도 바쁜 시간이었다. 전남지역은 나노에 관한한 불모지나 다름없다. 새로운 산업분야를 개척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현실의 장벽은 높다.

우리나라 전체를 살펴볼 때 국가차원에서 설립한 나노관련 기술센터는 대덕, 수원, 포항, 광주와 전주 등 주로 대도시나 산업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대도시를 벗어난 농촌지역에 위치한 나노센터로는 전남 장성지역에 위치한 나노바이오연구센터가 유일하다. 나노센터들은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산업적 특징을 살려 대덕과 수원은 주로 반도체나 전자분야, 포항은 철강소재, 광주는 LED 디스플레이, 전주는 나노임프린트 분야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노 바이오 세계를 관찰하면 나타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래픽화



우리 센터는 생물과 의료분야에 포커스를 맞춘다. 전남의 주요 산업이 농업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농산물을 고부가가치 생물소재로 개발하기 위한 나노기술개발과 동시에 광주연구개발특구와 인접한 장점을 살려 미래형 나노융합의료부품소재분야로 특화시켰다.
21세기가 막 시작되면서 ‘나노 바람’이 열병처럼 한차례 지구촌을 쓸고 지나갔다. 당장이라도 나노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파괴하고,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와 자원부족을 해결하여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처럼 사람들은 흥분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런 흥분과 거품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오히려 나노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은나노세탁기는 미국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은이 가진 살균력은 인정할 수 있지만 크기가 매우 작아진 은나노입자가 인체, 특히 뇌세포에 침투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같은 판매중단 조치는 미국 세탁기 제조업계의 압력에 따른 간접적인 무역규제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유럽에서도 전반적인 나노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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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노 세계’는 그리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나노장비 개발비나 고급인력확보, 신기술의 사회적 수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막대하게 든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요즘 나노를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이나 과학기술 관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나노기술의 발전에 결코 나쁘지 않다. 들뜬 분위기가 가시면서 나노산업에 대한 접근은 훨씬 진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의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1959년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는 제목의 연설을 할 때 만해도 사람들은 불과 40여년 만에 나노기술이 이렇듯 폭발적인 관심을 끌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1 나노(Nano)는 10억분의 1미터, 즉 10의 마이너스 9제곱(10⁻⁹) 미터로 아주 작은 크기다. 머리카락 한 가닥을 10만개로 쪼갠 크기이고, 혈액속의 적혈구보다 1000배나 작다.
나노세계가 과학자의 이론에 머물다 현실 속으로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초 기존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1나노미터 크기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의 발명 덕택이다. 뒤이어 발명된 주사터널링현미경, 원자힘현미경은 나노구조의 관찰 뿐 아니라 원자의 배열을 바꾸고 조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물질이 아직 원자 수준일 때는 그 물질 특유의 성질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자가 몇 개 모여서 만들어진 분자상태일 때 비로소 물성이 나타난다.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1980년대 들어 전자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나노세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나노기술도 빠른속도로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원자의 배열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물질의 성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미경을 비롯해 나노 가공 장치와 도구들이 속속 만들어지면서 여태까지 ‘이론과 과학의 영역’에 머물던 나노세계는 ‘기술의 영역’, 즉 우리들의 생활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생활 속에 들어온 ‘나노기술’은 농업, 환경, 의학, 기계, 항공, 전자, 화학 등 거의 모든 분야로 거침없이 확산되면서 이제 ‘기술을 넘어서서 나노산업’으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나노기술이 쏟아내는 수많은 특허들이 머지않아 엄청난 경제적 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잠재력 때문에 기업들은 물론 각국 정부가 거액의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나노기술이 산업화되는 경로는 ‘나노소재 → 중간재 ⟶ 제품화’과정을 거친다. 특히 나노기술제품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이 확보돼서 기존 제품 대비 기능에서는 물론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나노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적인 나노 신기술 제품 생산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센터는 2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초임계유체기술을 활용한 천연물 추출’분야다. 천연물을 기능성식품, 화장품, 생물약품 등으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특정 성분만을 대량으로 추출하여 분리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천연물 분리기술은 전통적으로 열수추출 혹은 증류추출과 용매추출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전통기술은 가공과정에서 열에 의한 물성의 변질과 더불어 천연물 특유의 혼합성분 분리가 용이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한 핵산 등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우리 센터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천연물을 추출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초임계유체추출 장비’를 시험생산시설로 구축하여 관련분야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둘째,‘나노융합의료부품소재’분야이다. 나노센터는 의료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으로 요청되는 cGMP 수준의 클린룸을 갖추고 신기술 보유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임플란트, 스텐트, 인공뼈 등 인체 내에 삽입하는 의료부품 생산에 필요한 생체친화형 나노코팅 기술 연구개발도 진행한다. 천연소재의 나노분말 및 나노에멀전 제조, 나노코팅과 의약전달시스템(DDS) 기술을 중심으로 실용화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하여 이 지역 대학병원들과 긴밀하게 공동연구 및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들이 설립한 (주)애니젠은 국내 최초로 의약용 나노소재인 펩타이드 대량생산 및 해외수출에 들어갔으며, 전남대병원과 나노센터가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스텐트연구소에서는 나노코팅기술을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공동 개발하여 국산화된 관상동맥용 스텐트를 2013년까지 시장에 선 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광주연구개발특구 사업이 본격화되면 광주의 광산업(IT)과 전남의 생물산업(BT)은 나노산업(NT)을 연결 고리로 하여 NT-BT-IT 융합을 통해 ‘나노광바이오’라는 새로운 융합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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