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천만 원 시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등록금이 사람 잡는 사회로 진입하였다. 2주전 서울 대학로 거리에서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2천여 대학생들의 절규가 있었다. 그리고 징벌적 수업료로 4명의 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국과학기술원(상대평가를 실시하여 평균학점이 3점을 넘지 못하면 0.01학점마다 6만원의 '징벌적 수업료'를 부과하는 제도) 사태도 따지고 보면 유치한 경쟁 유도와 함께 돈으로 사야하는 교육의 참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대도 대학 당국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해마다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 대교협 회장의 선출되면서 우리나라 등록금이 세계에서 제일 싸다고 망언을 해 지탄을 받은 바 있는 고대 이기수 총장은 이 나라 특권층이 사회와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고, 미국의 국민소득과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그리고 장학제도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단연코 세계에서 제일 등록금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교육경쟁력 1위라고 인정 받고 있는 핀란드 같은 나라는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비가 무료인 것은 물론이고, 대학 다니는 학생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비까지 주고 있다. 사실 유럽 대학의 대부분은 대학등록금이 무료이거나 무료에 가깝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살인적인 등록금을 대학등록금 상환제라는 형태로 면해보려고 하지만 졸업 후 4,5천만 원의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해야하기 때문에 잿빛 청춘으로 살아야 한다. 등록금 상환 연체율이 작년에 6%를 넘어가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 나라 젊은이들은 돈으로 사야하는 교육 때문에 결혼도, 집도 신기루일 뿐이고 신용불량자의 덫에 걸려 루저 인생으로 내몰리고 있다. 반대로 비싼 등록금으로 챙겨놓은 대학발전기금은 이미 6조원을 넘어섰고 해마다 4,5천억 원의 대학발전기금이 대학에 쌓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미친 등록금의 나라다.
미친 등록금의 문제는 학교와 학생이 조율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값비싼 현재의 등록금 액수도 큰 문제지만 학생과 부모, 서민에게만 대학교육비용의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교육비용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교육권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만 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이 나라 헌법에는 돈의 여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있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국민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로서 교육권은 헌법의 또 하나의 금과옥조인 행복추구권과 맞물려 있다.
미친 등록금은 민주공화국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도 답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그 국민의 목소리가 모든 국민이 경제적인 부와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돈으로 교육을 사야하는 비정한 교육현실은 혁파되어야 한다. 교육권과 행복추구권을 파괴하는 대학 등록금을 없애라. 인간적인 민주공화국은 미친 등록금과 양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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