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첩>_8
<경제수첩>_8
  • 시민의소리
  • 승인 2011.04.01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인코리아를 삼키려는 대기업의 횡포

기업을 수익을 내야 하는 생명체다. 지속가능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며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좋은 일도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병이 들어 아프기도 하고 늙으면 죽게 된다. 이는 하늘도 어쩔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경영의 어려움이라는 병이 들어 법정관리라는 입원상태에 빠지거나 워크아웃이라는 대수술을 받아할 형편에 처할 때가 있다. 다만 기업은 사람과 달리 영속성을 지닌다.

그런데 병이 든 사람의 무력함을 악용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면 우리는 빼앗아가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철면피’ 내지는 ‘나쁜 놈’이라고 말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병들어 있어서 여러 가지 치료약을 쓰거나 수술을 통해 병을 완치시키려 하는데 그 사이에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 기업 재산을 빼앗아가려 한다면 그런 기업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물론 기업이 매수합병 등을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상도덕과 경영윤리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으로 이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겉으론 윤리경영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다면 이중인격을 가진 기업이라고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그런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나주의 화인코리아가 최근 회생 기회를 얻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인코리아 나원주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관계자, 채권자 대표 등은 지난달 31일 나주 금천면 화인코리아 제2공장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 S그룹이 회사의 회생절차개시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 대표이사는 “회사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대기업에서 헐값에 빼앗으려 하고 있다.”면서 “법원에서도 이 사실을 감안하고 화인코리아에 대한 ‘회생인가’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현재 S그룹이 위장계열사인 A사를 통해 금융권 채권을 인수한 뒤 공장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면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 측에서 제공한 ‘회생인가 동의 의향서’를 보면 S그룹은 3개 계열사 등을 통해 현재 3곳 금융권 담보채권 70억원 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열사인 A사는 지난 11일 신축한 오리공장(제2공장)에 대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나원주 대표이사는 “경매를 신청한 A사는 후순위 채권이어서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큰 실익은 없다”며 “이는 회사 회생을 막아 강제적으로 인수하려는 의도다”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는 “당초 S그룹은 회사의 회생절차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놓고 정작 계열사를 통해 경매를 신청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일부 금융권이 채권 상환(150억원 상당) 계획을 밝혔음에도 S그룹에 채권을 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워크숍을 갖고 법정관리 개선안으로 기업회생 절차의 불필요한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절차를 조기 종결하는 방안을 담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기업 생명도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우리 광주 전남지역에만 하더라도 지난해 부도기업이 1백여 개에 이르며 지역 대형 건설업체 및 중견기업 10여 곳이 법정관리 또는 재무관리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이다. 이것은 비단 해당 기업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인코리아는 잘 알다시피 지역의 대표적 향토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화인코리아는 청산가치보다 기업가치가 더 큰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지역 향토기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