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경험들(4)
연대의 경험들(4)
  • 이홍길/광주민주동지회회장
  • 승인 2011.03.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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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전남대 명예교수광주·전남 민주동지회회장
공동체의 불행이 특정세력에게는 기회인 경우를 삶 속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분단이 민족 공동체에게는 비극이지만 분단의 과실을 영양원으로 삼는 집단에게는 향연이다. 분단으로 배타적 이익을 확보하는 세력들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남과 북에 군림했다는 사실과 세계사적 냉전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자신들의 활동공간을 구축하는데, 북의 김일성 집단과 남의 이승만 집단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민족의 양심에 구애되지 않고 현실을 그야말로 현실적으로 꿰뚫어보았다고 할 것이다. 친미 친소정권이 다가오는 현실이었다.

현실은 현재에 실재하는 제 조건들이 얽히고 설켜서 이루어지지만 민족의 양심이라는 대의명분도 하나의 조건이 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열강도 현실 추수세력도 대의명분을 자신들의 역량으로 삼고자 하는데, 당시의 대의명분은 실재하는 좌․우가 그리고 남과 북이 합작하여 어떻게든지 조국의 분단을 막는 일이었다.
건준과 인공을 무산시키고 임정을 부정한 미군정이 1946년에는 좌우합작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었다.

미국은 1946년10월까지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들고 입법의원을 선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개혁 열기를 개량적으로 발산시키려한 중도적 접근으로, 자신들의 지지기반 확보를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남로당은, 미국이 좌․우 합작을 주선하여 극좌 극우를 배척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익노선을 획책하여 좌익을 고립시키고 미국 정책 실시의 길을 개척하는 일을 김규식, 여운형 등 중간당에 맡기려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반공정부 수립은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대전제로 결국 합작은 무산되어 1947년12월 6일 위원회는 해체되었다.

1948년 유엔에서는 총선거 실시의 미국 안이 가결되어 미군정당국은 3월 17일 선거법을 공포하고 5월 9일 선거를 (실제는5월10일) 예고했다. 그러나 국민의 뜻과는 달랐다. 당시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한 단독선거 지지 17.2% 남․북통일 총선거 지지 70.5%로 나타났다. 그러나 5월 10일의 선거는 기정사실로 되었다. 이에 대해 좌․우를 망라한 임정지도자들은 “남쪽에서만 단독정부를 수립하게 되면 북반부를 영원히 타국의 위성국으로 만들고 그 결과가 남반부에도 미치게 되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조선도 남한의 단선 거동을 기다렸다는 듯 2월16일 헌법초안을 작성하고 4월29일 특별 인민위원회가 이것을 가결했다. 김일성과 이승만은 단독정부론 주창에 있어 공통되어 있었다. 1948년3월12일에 김구, 김규식 등의 요인들의 성명을 보면 이후 한반도의 운명을 예측한듯하다.

“미소 양국의 군사적 필요로 임시 설정한 소위 3․8선을 국경선으로 고정시키고...... 양국가를 형성케 되면 남북의 우리 형제자매가 미․소전쟁의 전초를 개시하야 총검으로 서로 대항할 것이 명백한 일이다.”
 “현 정세에 추종하는 것이 우리들의 개인에 이익 됨을 모르지 아니하나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민족의 참사를 추진하는 것은 민족의 양심이 허락지 아니하여” 등등의 말씀은 차라리 읍소이고 절규였다.

민족은 주의를 초월한다고 확신한 김구, 김규식들은 194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협상회의에 참석하여 내전 방지 등을 확약했지만 약속은 무산되어 북조선의 정당성 확보 노름에 들러리가 되어버린 인상이 짙은데 “미리 다 준비한 잔치에 참여만 한다는 것이 아닌가?”하는 양김의 술회도 있었다.

『좌우합작이 물 건너가고 남북협상이 중단되자 분단은 쏜살같이 달려갔고 그 길의 끝에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은 말하면서 『김구와 김규식을 포함한 우파 민족주의자와 중도파들은 분단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 성과는 현실정치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역사의 평가로 돌려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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