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체의학과 통합의학인가? (3)
왜 대체의학과 통합의학인가? (3)
  • 전홍준/의학박사
  • 승인 2011.03.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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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적 의료를 꿈꾸며-

지금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의학의 흐름의 하나는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을 하나로, 근대의학과 전통의학을 하나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경향이다. 다음은 통합의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실험해 오고있는 전홍준 박사의 마지막 이야기다.<편집자 주>

 

전홍준 /의학박사,외과전문의조선대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그러면 현대의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증론에 기초한 증거 중심의 의학이라고 자처하고 있는데 왜 이처럼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난 25년 간 여러 가지 대체의학, 동양의학, 전통의학 등을 현대서양의학과 비교하면서 임상에서 실험해 보았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서 위스콘신 대학 의사학 교실에서 의학사와 의학철학을 살펴볼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늘날 현대의학의 의사들이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질병의 결과만 지우려고 덤비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B.C. 500년에서 A.D. 500년까지 약 1,000년간은 히포크라테스 의학, A.D. 500년에서 르네상스 시기까지 약 1,000년간은 갈레누스 의학으로, 이러한 초기 2,000년 동안의 의학은 자연과의 조화와 융합, 체질론에 기초한 전체성 의학으로서 동양의학과 아주 흡사한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16세기에 베살리우스(Vesalius)가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라는 저서를 통해 해부학을, 17세기에 윌리암 하베이(William Harvey)가 “혈액 순환에 대하여”라는 저서를 통해서 생리학을, 18세기에 모르가그니(Morgagni)가 “질병의 장소와 원인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해부병리학의 기초를 세웠다. 이때부터 질명이란 히포크라테스나 갈레누스가 보듯이 체질의 문제나 자연과의 부조화가 아니라 질병이란 몸의 구체적 어느 장기에서 염증이나 종양 따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의학자들의 시야가 자연과 인간 전체를 보는 데서부터 몸의 한 장기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기침병, 설사병, 열병 등과 같은 병명 대신에 위염, 담석, 폐암 따위와 같이 병명에 장기의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18세기 말 비샤(Bichat)는 해부병리학을 더 세밀하게 분류하여 조직병리학을, 19세기 말에 비르효(Vircho)는 세포 단위에서 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세포병리학을 정립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분자생물학이나 유전자학 등과 같이 미세한 분야에서 질병의 원인과 해결점을 탐구하는 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게 되었다. 왜 파고든다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르네상스 이후 의학자들은 땅 속 깊이 한 우물을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깊게 파고들어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대의학이 이처럼 오로지 한 우물을 파듯 깊게 파고 들어가 탐구해온 것이 옳은 길인가? 꼭 옳기 때문에 이 길로 간 것이 아니고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역사 가운데 많은 일들이 꼭 옳은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땅 속 깊이 들어간 사람의 시야에는 깊은 땅 속만 보이고 하늘은 조그마하게 보일 뿐 다른 자연 환경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현대의학의 의사들의 시야가 이런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 전체 그리고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는 보이지 않고 장기와 세포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의사들은 깊은 곳도 잘 보아야 하지만 땅 속에서 밖으로 나와 넓은 하늘과 주변 모든 자연 환경도 다 함께 넓게 살펴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할 때 그 환자의 몸과 마음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되고 환자와 환경과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매우 쉽고도 단순하게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안목과 지혜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효율적인 의료를 위해서는 질병만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전체를 함께 보는 다차원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대체의학이 대두하게 된 배경이다.

명상, 채식, 요가와 같이 동양의 전통 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웰빙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체의학의 내용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새로운 문명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려는 대중들의 의식의 변화 추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의학의 흐름의 하나는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을 하나로, 근대의학과 전통의학을 하나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경향이다. 그동안 현대 서양의학이 병만 보고 인간 전체를 보지 못하는, 마치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좁은 시각을 벗어나 나무도 보고 숲도 보듯이, 질병도 보고 인간 전체를 함께 보는 통합적 관점의 의학을 추구하려는 경향이다.

나는 의사의 초기에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인 의학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는가 하면 그 후에는 시계추가 반대방향으로 가듯이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이 서양의학보다 훨씬 탁월하다고 믿었던 적도 있다. 요즘 나는 이 양자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의사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서양의학과 전통의학 등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것들을 수박 겉핥기식이기는 하지만 배우고 실험해 보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질병과 건강을 규정하는 단일 이론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곧 인간의 지성으로는 질병과 건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진실처럼 믿고 있는 의학적 정보들의 대부분은 한 시대의 놀이나 게임 같은 것이지 그것들이 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때 의학사 도서관에서 약 140년 전에 창간된 American Journal of Surgery를 비롯해서 외과 초창기에 간행된 저널들을 대강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 외과 의사들의 눈으로 볼 때 초창기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법이나 치료법들은 너무도 이상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 우리에게 익숙한 치료법들 이를테면 암에 대한 3대 요법인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들에 대해서 100년 후의 의사들은 어떤 눈으로 보게 될까?

이 자연계의 모든 것은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다. 다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것은 변화하고야 만다는 그 사실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틀림없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과학적 의학도 실은 다음 시대의 미신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이것만이 옳다라고 굳세게 믿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떨어져 나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다차원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제 2의 히포크라테스, 또는 의학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의사이자 의학사상가이다. 그는 기존의 의학사상과 지식체계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혁신적인 의학이론과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의학의 시조가 되었다.

바젤대학에서 첫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1천년 동안이나 서양의학을 지배해왔던 갈레누스 의학의 교과서를 학생들 앞에서 불태우면서 “의사들이 보고 배울 유일한 교과서는 오직 환자뿐이다. 낡은 고정관념과 전통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실과 진리에만 접근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정통적인 의학지식들이 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가 된다고 가르쳤으며 오로지 “자연의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파라켈수스는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리 하에 다양한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매우 독창적인 의학 체계를 세웠는데 당시의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의 의학 사상과 이론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몇 백 년이 지나서야 그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21세기에 들어와서 그의 의학사상을 다시 평가하고 따라 배우자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 파라켈수스의 많은 가르침 가운데서도 다음의 어록은 음미 해볼수록 너무나 좋아서 여기에 소개한다.

“The art of healing comes from nature and not from the physician. Therefore, the physician must start from nature with an open mind" -Paracelsus-

여기서 네이쳐(nature)란 말은 자연이라는 의미만이 아니고 생명의 본성, 신(神)이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의술, 치료 기술이란 우리 의사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자연, 생명의 본성,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의사들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대하고 보살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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