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광주여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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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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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서 기자
재단비리를 둘러싸고 맞고소, 맞성명전 등으로 바람 잘날 없는 광주여대(총장 신방섭)가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시민단체들이 공개 제안한 '공개토론회'수용 여부를 놓고 장고의 저울질에 들어간 것.

광주여대는 공개토론회 제안와 관련, 31일 "조만간 시민단체쪽에 답변서를 보낼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공식 결정된 것이 없다"며 "토론회를 하더라도 지금은 학사일정이 바빠 여름방학중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바쁜 학사일정'으로는 6월 20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대학재정 지원을 위한 통합평가'프로젝트와 학기말 시험성적처리 등을 들었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 및 반박자료를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배경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 우선 시민단체들이 만든 대책위의 명칭부터가 비위를 거슬리게 한다. '비리사학 광주여대 대책위원회'. 광주여대 입장에서는 대책위 이름이 언론에 거론될 때마다 따라붙는 '비리사학'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더욱이 아직 법률적으로 쟁송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자신들을 '비리사학'으로 간판에 못박은 대책위와 대화를 하는 것 자체도 모양새가 우스울 수 밖에 없다. 공개토론회의 득실을 주판알로 튕겨봐도 답이 안 나온다.

이미 제기된 의혹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새로운 의혹과 주장들이 어느 순간에 터져나올지 모른다. 채희윤 홍보실장도 "시민단체들이 처음에는 재정비리쪽에 집중했다가 문제가 없는것 같으니까 교수임용비리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토론회 하면서 또 어떤 주장들을 할지 부담이 안갈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일단 입밖으로 나오면 공개적으로 또 한번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광주여대가 진짜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여론.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해놓고, 막상 시민단체가 좋다고 맞장구를 치자 슬쩍 손을 뺀다?. 이 경우 누가 봐도 광주여대쪽에 "뭔가 구리거나 켕기는게 있구나"는 눈초리를 안 보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명분싸움에서도 지게될 수 밖에 없다. 이번 '토론회 공방'은 광주여대 신방섭 총장이 지난 28일 "토론회를 요구해도 시민단체가 받아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공개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뒤 대책위가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공개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이런 가운데 대책위의 양보(?)조치는 광주여대의 입지를 더욱 옹색하게 한다. 대책위는 "방학 때라도 괜찮다"고 하더니 "정 부담스럽다면 대책위 명칭에서 아예 '비리사학'을 빼고 다른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고 양보안을 내놓았다.

한발짝 물러서는 듯 하지만 오히려 고삐를 바짝 당기며, 광주여대가 토론회를 거부할 명분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핏 스스로 놓은 덫에 스르로 발목이 잡힌 것도 같고, 덥석 받아들 수도, 마다할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공개토론회. 장고에 들어간 광주여대의 최종 답변서 내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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