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한 언론학자들에게 여러 조언을 얻지 않고 함부로 결론 낼 노릇은 아니나 이 방식대로만 적용한다면 오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리비아 사태, 뉴질랜드 지진 등인가 보다. 저 중동의 리비아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와 학살 현장, 그리고 어학연수 중이던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포함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뉴질랜드 지진 소식은 비록 남의 나라 문제이긴 해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 언론들을 보면 이 소식을 전하는데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날마다 스포츠 중계하듯 관련 내용들을 쏟아내며 시시각각 속보를 전달한다.
또 다시 스승, 선배 재현들의 얘기도 듣지 않고 과문하기 짝이 없는 어설픈 언론학도 입장에서 말할 노릇은 아니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언론보도를 통해 낼 수 있는 결론은 “오늘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리비아, 뉴질랜드 사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지세다 보니 한반도에 짙게 드리웠던 저 어두운 고민의 현장, ‘구제역 문제’는 어디론가 실종됐다.
비록 아직 청정 지역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나주와 영암, 장흥과 고흥, 강진, 해남 등 남도 삼백리 땅 길목마다 아직도 팽팽한 방제의 긴장이 가득하건만 어느 사인엔가 슬그머니 뉴스의 뒤쪽으로 물러나 버렸다. 축산농가와 담당 공직자들의 고충, 방제 현장의 이모저모, 각종 목소리들을 전달하기 위해 매시간, 매분마다 중계를 해도 시원찮건만 리비아 카다피의 독재와 기행, 부서진 뉴질랜드 도심 현장이 더 두드러지고만 있다.
이렇게 쫓겨나 버린 구제역 문제는 간혹 저 어디 귀퉁이 한쪽에서 보일 듯 보이지 말듯 슬쩍 나오다 사라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다시 어디에선가 수백 마리의 돼지를 생매장하고, 어디선가는 부패한 돼지 사체가 튀어나오고, 어느 곳에선가는 붉은 침출수가 하천을 오염시킨다는 무서운 내용들이다. 봄이 와 땅이 녹고 비가 내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려의 목소리도 이면에 가득하다. 지역 매체들이 못 이긴 듯이 겨우 뉴스를 내보내는 시늉을 하지만 이미 국민들의 관심은 저 멀리 먼 나라로 가 버렸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가 없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 온 누리에 봄빛이 가득하다. 그 긴 겨울에도 이 땅을 꿋꿋이 지키고 살아온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언론이 제발 관심을 갖고 제대로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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