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의학의 흐름의 하나는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을 하나로, 근대의학과 전통의학을 하나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흐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합의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실험해 오고 있는 전홍준 박사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내가 대체의학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인데, 실로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중증 간암 환자가 찾아왔다. 당시 한국 최고의 암센터에서 퇴원당한 절망 상태의 환자였는데 나를 방문한 것은 치료를 기대해서가 아니고 진통제나 링거 주사를 맞을 요량으로 온 것이다.
그 무렵 나는 일본 의사 와타나베가 쓴 『현대병에의 도전』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는데, 내가 배워온 정통의학과는 철학적 관점이 너무나 다른 책이었다. 내용의 요점은 현대 서양의학이 병만 보고 인간 전체를 보지 못하는 한정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병이 잘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와타나베 선생은 병증만 제거하려고 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과 몸 전체를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조절하면 병은 저절로 낫는다고 말한다.나는 그 책을 간암 환자와 가족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이 의사의 방법을 한 번도 써본 일이 없는데 이 의사에 의하면 통증이나 전신 상태도 개선된다고 하니까 이 방법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환자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이었으므로 흔쾌히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심판막장애에 의한 심부전증 여자 환자에게도 같은 방법을 적용하였는데 극적인 개선이 일어났다. 이 환자는 어느 국립대학병원에서 절망적인 상태로 진단받고 가족들이 장례를 논의할 정도였으므로 나 역시 부담스러워 병원에 입원시킬 수가 없었다. 와타나베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집에서 치료하도록 하였는데 2개월 후에는 거의 정상적인 활동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 두 명의 중환자가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익혀온 서양의학에는 분명히 어떤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와타나베 의학이란 게 무슨 특별한 방법은 아니었다. 생 야채식, 절식(Fasting), 피부호흡의 회복, 사지 혈액순환의 촉진을 위한 운동법 등이다. 마치 야생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 같은 내용들이다. 생태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야생 동물들에게는 질병이 거의 없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게만 질병이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에게만 많은 질병이 있느냐 하면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생 시절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대해서 배울 때 구토요법, 설사요법, 사혈요법 등이 있었는데 당시는 이런 것들이 참으로 우습고 원시적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와타나베 자연의학을 비롯하여 그 후 여러 가지 대체의학을 임상에 응용하면서 얻은 통찰은 이처럼 원시적인 것처럼 보이는 히포크라테스 의학 등의 자연의학들이 어느 면에서는 과학적이라고 하는 현대 첨단의학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