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전청배자유기고가
  • 승인 2011.02.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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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이란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솝우화가 떠올려진다. 굼뜨고 더디지만 묵묵하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느림보 거북이를 생각해보라. 결코 이길 수 없는 경기였지만 토끼의 경솔함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거북이의 느긋한 승리, 그 갈라진 등껍데기며 짧은 다리에 목을 내밀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거북이 말이다.

토끼해에 왠 거북이 칭찬이냐고 핀잔하지 마라. 느리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란다. 거북이에게서 인간이 배운 지혜이다. 슬로시티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빨리빨리 문화에서 느릿느릿하게 사는 것으로의 삶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이든 욕심껏 소유하고자 했던 인간들이 선택한 속도의 문화가 지구촌의 재앙으로 성큼 다가온 오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몽골리안의 어떤 후예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가속의 페달을 밟고 있다.

‘4대강살리기’라는 사업을 보라. 공사가 빨리 진척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인,허가제도가 엄연하게 존재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몰아붙이기식 공사로 온 나라의 강바닥을 헤집어 놓고 있다. 그들에게는 생명의 존엄성도 없고 종교적인 가치관도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다소 보수적인 종교인들까지도 그들의 행태를 꾸짖고 나서겠는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조급하게 하는 것일까. 개발독재시대에 자행된 날림과 졸속의 검은피가 그들의 몸속에 흐르는 탓일까.

그들은 분명 우리 인간의 피와 다른 외계의 피를 가졌거나 아니면 외계인의 피를 수혈받은 족속들임에 분명하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죽이고 그들 몇몇만 끼리끼리 잘 살겠다는 탐욕의 무리임이 틀림없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대북관계는 더더욱 심각해졌고 높아진 것은 물가고와 실업률뿐이다. 세종시와 과학벨트로 상징되는 국책사업으로 지역간의 갈등을 아주 내놓고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 후보시절의 공약이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지는 현실 앞에 우리는 과연 차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나 자질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아니면 모두가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부정해버려야 할까. 되는 것이 없다지만 편법으로라도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삽질과 도끼질에 난도질당하는 현실을 눈을 돌려 외면해 버리면 그만이란 말인가. 자기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못난 군상들의 화풀이성 푸념이라고 일축해버리고 오늘도 성과주의적인 속도전을 외치는 그들의 임기는 아직 얼마나 남았는가.

되는 것이 없다. 될 것도 없다. 현실도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오늘이 없으니 내일인들 있으랴 싶다가도 치미는 울화를 어찌할까.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지나고 남북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렸지만 서로 으르렁대다가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고 한다. 서글픈 일이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의 전쟁피해 복구를 위해 파병하는 꼴은 좀 그렇다. 글로벌시대이니 글로벌하게 나서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치더라도 거울이라도 한번 들여다보고 나서야 할 것이 아닌가.

토끼해다. 판소리 여섯마당의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헤롭지만 경솔한 토끼를 보자. 수궁의 용왕 앞에서도 꾀를 부려 간을 빼서 바위에 널어놓고 왔다는 토끼, 뭍으로 나와서는 제 꾀가 너무 대견하여 까불다가 나중에 화를 당하고 마는 뻔한 이야기가 이 정권의 내일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조차 하다. 급한대로 우선 국민의 귀를 막고 눈속임을 하여 무엇을 이룬들 그 무엇이라도 나중에 온전하게 남겨질 것이 있겠는가.

혹자들은 우리 국민들을 잔정이 많아서 잘 속기도 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망각증도 심하다고 한다. 이승만과 친일파의 독재언덕을 거쳐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의 산을 넘어 전두환, 노태우의 5,6공 몰역사의 강을 다시 건너 이제는 봄이 왔구나 했던 날도 잠시, 이 정권의 징상스런 퇴행정치 행로를 토끼해 내내 견뎌야 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절망이다. 봄이 왔건만 봄이 아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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