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복마전(伏魔殿)의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
결코,복마전(伏魔殿)의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
  • 김병인전남대사학과교수
  • 승인 2011.01.2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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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공포와 저주, 퇴행과 야만의 굿판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과연’ 정권이 끝나면 달라질까? ‘행여’ 이 시대에 대한 분노와 아픔의 씨앗이 50년 뒤에 더 큰 재앙으로 되살아나면 어찌해야 하나? 새해 벽두 복마전(伏魔殿)같은 세상을 향한 자괴적인 일갈이다.

퇴행·야만의 굿판 언제까지

중국 북송(北宋) 인종(仁宗) 때 전염병이 유행하자, 이를 걱정한 국왕이 측근인 태위(太尉) 홍신(洪信)을 보내어 강서성(江西省) 신주(信州)의 용호산(龍虎山)에 사는 장진인(張眞人)이라는 도사를 상경시켜 전염병 퇴치를 부탁하고자 하였다. 홍신이 용호산에 도착하였는데, 마침 장진인은 외출 중이었다. 홍신은 도관(道觀)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을 발견하였다. 그 전각 입구에 있는 문에는 커다란 자물통이 매달려 있었고, 문짝의 틈새에는 10 여 장의 봉함지가 붙어 있었다. 홍태위가 이상히 여겨 자신을 안내하던 도사에게 무슨 신전인지를 물었다. 그 도사가 말하기를, “그 옛날에 노조천사(老祖天師)님이 마왕을 진압하신 어전입니다. 함부로 열면 마왕이 달아난다 하여 지금까지 닫혀져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홍태위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꺼림직해 하는 도사를 위협해서 억지로 문을 열게 했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는데, 단지 한복판에 돌비 하나만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 돌비 뒷면에 “홍을 만나 연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어서, 홍태위가 이를 보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봐라, 몇 백 년 전부터 내가 여기 와서 이걸 연다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생각건대 마왕은 이 돌에 있는 모양이다. 어서 마왕을 파내라”하였다. 겁에 질린 도사는 어쩔 수 없이 돌을 파내갔는데, 어느 정도 팠을 무렵 사방 7척 정도의 돌 뚜껑이 눈에 띄었다. 도사가 홍태위의 재촉에 못 이겨 그 뚜껑을 열자, 속에서 굉장한 소리와 함께 한줄기의 검은 연기가 솟아올라, 천장을 뚫고 하늘로 뿜어 오르는가 싶더니, 몇 백 줄기의 금빛으로 되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때 장진인이 돌아왔다. 그는 넋 빠진 사람처럼 멍청하게 홍태위에게 “큰일을 저질렀군요. 거기에 36의 천강성, 72의 지살성, 도합 108의 마왕을 가두어 두었는데, 이것을 풀어 놓았으니 머지않아 마왕들이 천하를 소란스럽게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홍태위는 겁에 질려 마왕을 풀어놓아버린 일을 단단히 입막음해 놓고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철종(哲宗) 때에 장진인이 염려했던 대로 108 마왕은 송강(宋江) 등 108명의 호걸로 환생하여, 운명의 실에 의해 양산박(梁山泊)으로 끌어들여져 ??수호전(水滸傳)??의 첫머리를 장식하게 된다.

50년 뒤 더 큰 재앙되어 환생?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어떤 마왕이 환생했을까? 4대강 사업을 통해 어떤 마왕이 풀려났을까? 구제역으로 매몰된 백만 두가 넘는 가축의 영혼들은 어떤 마왕으로 되살아날까? 민간인 사찰의 야만은 어떤 마왕을 부활시켰을까? 조중동 종편 방송은 어떤 마왕을 탄생시킬까? 그들이 영웅호걸은 아닐진데, 그게 궁금해서 앞으로 50년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나? 그분께서 오죽했으면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질러라!”라고 분노하였을까?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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