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아도 시간은 간다
거꾸로 매달아도 시간은 간다
  • 채복희
  • 승인 2011.01.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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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인터넷 보급이 온 나라 구석구석까지 잘 됨에 따라 시골 벽지에서도 시시각각 일어나는 일들을 잘 들여다보는 세상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할 수 있는 뉴스매체는 지상파 방송(그것도 난시청 지역이 많다)과 라디오, 우편물로 배달되는 신문 정도에 불과했다.
대개 자연과 함께 사는 생활이란 해를 따라가는 것이라 해가 솟으면 나가 일하고 어두워지면 하루를 마감하기 때문에 특별히 작정하고 전기불 아래 앉지 않으면 인쇄물을 대하기가 어렵다. 하루종일 눈비라도 내릴라치면 바깥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로소 이미 지나버린 주간 신문이라도 들춰 보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저 ‘위대한’ TV의 유혹은 쉽게 물리치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상을 물린 후 시간은 대부분 그것에 빠져든다. 매달 부과되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일찌감치 전등이란 전등은 모두 끄고 가로등만 빼고는 어둠에 잠긴 시골 동네 집 창문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불빛은 모두 다 TV가 발산하는 전파로 보면 틀림없다.

땅끝마을 구석까지 인터넷세상

그러나 인터넷 보급이 된 후로는 전국 각지에서 발행되는 신문 방송뿐 아니라 전세계의 소식까지 안방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다. 포털에서는 아예 거의 모든 매체들을 한데 모아 클릭만 하면 그것을 보게 해주고 있고 최근에는 각 매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지면이 펼쳐져 한눈에 들어오게도 한다.
그중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빨리 들어오고 읽히는 것이 포털이 제공한 메인화면이다. 첫 화면에 뜨는 뉴스는 분야별로 묶어져 있으며 한줄짜리 주요 기사로 열줄 가까이, 즉 열 개 가량의 언론사 뉴스가 제공된다. 이 메인 화면에 올라가기 위해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벌이는 경쟁도 심하다고 한다. 그럴 법하다. 그러나 네티즌의 시선을 가장 많이 잡아당기는 것은 아무래도 연예계 소식인 듯 싶다. TV의 드라마가 그런 것처럼. 대중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론기능하고는 아예 담쌓은 일부 스포츠지에 보도되는 관련내용들은 심지어 소설쓰기 수준에 머무는 것도 있다. 문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수준 이하의 내용도 기사라고 올라온다. 그러나 어쩌랴. 오늘의 ‘베스트’에 올라가는 기사들이 그런 종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보다 선진적인 사회에서는 확실한 정론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언론들은 정론지 기능을 일찌감치 포기한데다 대안 언론으로 기대되었던 인터넷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종편 역시 우려한 결과가 그대로 입증되었다. 거대 언론의 탄생과 그들에 의해 좌우되는 미래가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인터넷 역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존재에 불과하게 될까. 시골 구석구석 어느 곳, 하찮은 존재 그 누구에게라도 발언할 기회를 주는 그것이라도 더 이상 희망적이지 않다는 말일까.

우리 시대 正論은 없는 것일까

다만 한가지 기대해 볼만한 구석은 있다. 워낙이 인류의 진화가 더디다는 것이다. 돌멩이 하나를 도구로 쓰는데 백만년의 세월이 걸렸다 했다. 진화과정은 너무도 오래 걸려 변화를 쉽게 확인하거나 확신할 수도 없다. 근대 이후 한국을 지배해온 주요 매체라 해도 이제 겨우 반세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인터넷도 있는데, 분명 변할 것이다.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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