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부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대한민국 주부와 기업형슈퍼마켓(SSM)
  • 봉정선
  • 승인 2010.11.20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정선(교육소비자문제연구원 이사)

난 대한민국 주부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통주부는 아니다. 왜냐면 난 우선 운전면허가 없다. 시쳇말로 장롱면허도 없다.

왜 뜬금없이 대한민국 주부와 운전면허증이냐고 물으신다면 요즘 온 나라의 화제가 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업형슈퍼마켓의 주 이용자는 대부분 주부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들은 시시때때로 주부들의 시장보기 형태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틈새를 교묘히 파고드는 영업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의 영업전략 속에 있는 그 첫 번째가 주부들이 차량을 이용하여 대량구매 장보기를 한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물론 주부들의 사회진출로 인하여 가사노동과 시간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그 틈새를 바로 파고 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인 우리 주부들은 그들에게 낚인 고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료주차제와 회원제는 미끼 떡밥

그리고 그들은 낚인 고기이지만 떡밥은 조금씩 줬다. 바로 ‘무료주차제’다. 대기업들은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쾌적한 쇼핑공간과 대형주차장을 갖춰 무료주차라는 낚시 밥을 던져 준 것이고 우리는 편리성이라는 안이함에 젖어버린 것이다.

만약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에서 ‘유료주차제’를 하게 되면 주부들의 발길도 점점 줄어 들 것이다. 내 차의 기름 태워가면서까지 쇼핑할 바보 같은 주부는 없을 테니 말이다.

또 하나는 대형마트의 맴버쉽카드(회원제)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종사자, 또 계열사들의 직원, 협력업체들과의 제휴판매 등등 그들은 대한민국 주부들의 머리회전을 아주 바쁘게 만들고 있다. 회원제를 통해 할인혜택을 줘서 소비하면 특별대우를 받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회원제를 왜 하겠는가? 소비자를 묶어두기 위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쉽게 말해 잡은 고기에게 낚시 밥을 조금씩 주는 것이지 뭐겠는가?  고로 우리는 작은 떡밥에 걸려 나의 주머닛돈을 아낌없이 대기업들에게 퍼 주고 있는 꼴이다.

자 그러면 이런 대기업들의 낚시질에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수첩을 하나씩 들고 핸드폰 계산기도 들고 동네가게와 기업형 슈퍼와의 가격을 비교해 보자. 치약의 용량, 화장지의 길이, 섬유린스나 세탁기용 분말세제의 용량, 우리 아이들 과자의 용량과 크기, 고기의 질과 량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아참, 이런 것을 따질 시간이 주부들에게는 별로 없을 테니 지역 언론사나 시민단체들이 자원봉사자나 사회적 기업의 일거리로 잡아서 하면 아주 좋겠다.

그리고 기업형 슈퍼들은 모든 물건을 대량으로 구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신선식품인 채소나 과일을 당일에 다 소화하지 못하면 일부매장에서는 ‘수분증발억제제’라는 걸 뿌려서 채소가 수분이 마르지 않고 싱싱하게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이런 것은 각 구청이나 시청에서 일부를 수거해서 정밀검사를 하게 해야 한다.

또 하나 대한민국 주부들은 드라마나 여타 매체를 통해서 유명연예인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유명연예인들이 대형마트 광고를 서슴없이 한다. 결과적으로 본인도 소비자이면서 말이다. 주부들이 선호하는 유명연예인의 광고로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하겠지만 정부는 앞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의 유명연예인 광고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본다.

물론 연예인들도 일반 국민들의 사랑과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런데 개념 없이 광고 찍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지신의 광고 한 컷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지 생각해 보고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우리는 바보고기가 아님을 함께 외치자 

이제는 정부에 할 말을 해야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대기업들의 백화점회원제, 대형마트의 회원제, 의류, 제과점, 통신사, 정유사, 화장품 등등 멤버십 적용이 안 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맴버십제의 홍수시대라 할 수 있다.

이게 시대의 보편화 현상인데 중소기업청은 일개 기업이 하는 것도 못할까? 이런 현실적인 일 좀 잘해보시라. 말로만 중소상인 살리기 하지 마시고 전 국민이 소규모 점포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보자 이거다.

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가 입점 시에는 그 지역의 생산품을 70%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는 의무 카르텔을 실시해야 한다. (소주, 맥주, 우유 등은 생산지역 인근에 판매한다는 카르텔 제도도 있지 않은가?)

대기업들은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자체 물류시스템으로 전국을 단일로 묶어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 개점을 하더라도 그 지역의 생산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아도 영업에 아무런지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형마트가 하나 들어올 때마다 지역의 자본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지역의 경제는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므로 대기업의 마트에 이런 의무카르텔 제를 실시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공의 적이 되지 않고 서로 상생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소규모 사업장들은 모든 면에서 대기업들의 영업형태에 밀리고 있으므로 정부는 현실적인 접근을 해줘야 한다. 소매점물류지원센터를 각 지역별로 만들어서 소규모점포들의 물류비를 줄여 소비자 단가를 낮춰서 대형마트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줘야 한다.

속된 말로 “외삼촌네 가게의 떡도 크고 맛있어야 사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소규모점포 상품의 값이 싸야 동네사람들이 물건을 사게 된다. 그래서 소규모 점포는 그 동네의  구심점이 되고 동네자본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지역경제가 숨을 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난 대한민국 주부로서 동네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불이 나면 옆에 있는 슈퍼 주인이 먼저 달려와 불을 끄는데 힘을 보태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일 먼저 소방서에 신고도 해주고 때로는 택배도 대신 받아 주고 그런다.

그런데 이런 세상사는 재미를 기업형슈퍼로 인해서 빼앗기고 사람냄새 사라진 동네에서 살라고 국가가 간접적인 강요를 하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한민국 주부들이여, 우리는 대기업들의 낚시에 끝없이 물려주는 바보 고기가 아님을 함께 외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