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양을 돌보는 지도자가 그립다
한 마리의 양을 돌보는 지도자가 그립다
  • 명등룡
  • 승인 2010.11.12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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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오늘부터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주요의제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금융안전망’이라는 것은 국제투기자본의 횡포를 규제해서 금융위기의 원인을 뿌리 뽑기보다는 사후대책인 IMF의 대출(탄력, 예방)에 치우쳐 주소를 한참 잘못 찾고 있다.

‘개발’이라는 것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장기적 금융지원과 무역수지 등의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보다는 불공정한 FTA(자유무역)를 확대하려는데 본심이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주요의제보다 더 심각한 내부 갈등은 환율문제다. 사실상 ‘자기 논에 물대기’식의 각축장이며, G20개국 나라의 지속적 번영의 추구다.

경제대국들의 잇속 챙기기 각축장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계경제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개발’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경제적 보호와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문제는 전혀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개최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어떤가? G20을 앞두고 가장 먼저 다가선 뉴스가 바로 한미 FTA 문제였다. 재협상하라는 전 국민적 촛불시위 요구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정부가 스스로 재협상에 나섰다.

자동차를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다루지 않기로 했던 쇠고기 수입문제도 몰래 협상했다. ‘공무원(교사) 정치활동 보장’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탄압 중단’등 국제노동기구와 양심적 세계인들의 요구에는 아무런 응답도 없다. 그런 점들이 창피해서인지 서울시청 앞에는 김연아 선수의 초상과 함께  ‘SHARED  GROWTH(성장을 공유한다)'라는 영문을 대형외벽에 버젓이 설치해놓고 있다.

자살율 1위, 출산율 최하위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단지 경제규모가 13번째이면 살기 좋은 나라 13번째가 되는가? 그렇다면 중국은 두 번째로 잘사는 나라인가? 이명박 정부가 G20 정상회담을 전 세계 언론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호사스럽고, 공포스럽게 밀고 가는 이유는 집권 2년 동안 오로지 4대강 막개발 빼고는 국제외교나 남북관계나  국내정치(인권, 복지, 분배, 교육 등)에서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아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부모가 자식들을 데리고 강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수백 개의 사업장에서 탄압과 차별과 멸시에 노동자들이 찬바람에 노숙을 하고 단식을 하고 몸에 불을 당기고 있다. 전국의 들판에서는 농민들이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고, 쌀가마니에 불을 지르고 있다. 영세 상인들은 SSM 입점을 막고 마지막 남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벼랑 끝에 서있다.

1마리 살찐 양 위해 99마리 양 버리고 있어

‘대물’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해외 취재 나간 남편을 잃은 주인공이 대통령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단 한명의 목숨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간척지 개발로 대대로 이어온 집과 농토를 잃게 될 주민들을 보고 보좌관이 “전체 유권자 중에서 몇 % 되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이보시오, 내가 몇 표 차이로 국회의원이 된 줄 아시오?”라고 되묻는다.

그런 대통령, 국회의원이 그립다. 아흔 아홉 마리의 양보다는 한 마리의 소외된 양을 돌보는 것이 선지자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한 마리의 살찐 양을 위해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버리고 있으니 그가 믿는 선지자가 이를 보고 있다면 과연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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