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역밥상도 ‘냠냠’
대기업, 지역밥상도 ‘냠냠’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11.0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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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위탁사업장 500여 곳 중 60% 독식
수도권·영남은 지역 업체로 입찰 참가 제한해

▲ 대기업 식자재유통 계열사들이 광주전남 주요 위탁급식 사업장을 평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자료사진
골목상권을 노리는 대기업 대형마트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지역에 있는 주요 공공기관·기업체·병원·대학의 위탁급식 용역을 대기업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에 연고를 둔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업계에 따르면,  동원홈푸드·삼성에버랜드푸드·LG아워홈·신세계푸드 등 주요 대기업 식자재 계열사들이 지역 내 위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 500여 곳 중 300여 곳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위탁급식 시장의 6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것.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홈푸드는 광주광기술원, 조선대치대병원, 순천레이크힐스 골프장, 강진 베이스볼파크, 전남개발공사 등의 위탁급식을 맡고 있으며 삼성에버랜드푸드는 전남도청, 하남KT, 무등산CC, 여수삼남화학 등에 진출해있다.

LG아워홈은 코카콜라 광주공장, 광주세무서 등에서 신세계푸드는 OB 광주공장, 로케트전기, 전남대1학생회관 등을 대우아나코는 학동 전남대병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매일유업 등의 위탁급식을 각각 맡고 있다. 이밖에 현대지네트, 이푸드, 풀무원, 한화푸디스트 등도 지역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위탁급식 시장 진출은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워 1990년대 후반부터 적극 추진돼 왔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며 위탁급식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급기야 2000년대 후반부터서는 대기업 계열사의 위탁급식 시장점유율이 과반 이상을 넘어서며 중소업체 고사 등 독점양상으로 치닫자 수도권과 경상남·북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서둘러 입찰공고 시 지역 업체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한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초에 있은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양주수도서비스센터 구내식당 위탁관리 용역 공고에서는 아예 참가 자격을 영업소 소재지가 경기도 양주시에 둔 업체로 못 박았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 서울특별시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산하의 한 골프클럽 식당 입찰 공고도 서울특별시에 1년 이상 거주한 개인 또는 사업자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무분별한 대기업 진출을 막고 관내 지역 업체를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와 달리 광주·전남의 경우 위탁급식업체 선정과정에 특별한 자격제한을 두지 않아 대기업 계열사들이 넓은 영업망과 다양한 판촉 전략을 앞세워 지역 급식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식자재유통·위탁급식 업체들이 대거 고사하거나 생존위기에 내몰려 있는 상태.

광주 지역의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지역 업체의 경쟁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도 위탁급식에 대한 대기업 선호가 높아 생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심지어 전남도청과 같은 관공서마저도 지역 업체들을 외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역 급식업체들이 대기업보다 맛과 품질 경쟁력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대기업의 경우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 농산품, 수산품은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지역 업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의 경우처럼 위탁급식을 맡기려는 지역 내 사업장들이 대기업 선호 경향을 버리고 지역 업체들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이상걸 광주경제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은 “도농 간의 유기적인 친화형 생산소비 행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지역에 있는 위탁급식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수도권의 대기업보다 지역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입찰자격 제한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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