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계절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다고 느껴지는 게 요즈음이다.
옷장을 뒤적이던 막내 녀석이 엄마를 연발한다. 입고 갈 옷이 마땅찮다는 게다. “작년에 입던 ○○잠바는 어떻게 하고 그래?” “그 잠바는 벌써 형이 입어서 나는 못 입는단 말이야.” 막내가 입을 삐죽거리며 답한다.
작은 녀석이 막내랑 비슷하게 자라다보니 나름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가 있어 다른 이들이 저와 동생을 착각하는 것을 몹시도 맘 상해한다는 것을 아는 녀석이라 한날에 비슷해 보이는 옷은 서로가 입지 않는 듯싶어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또 형을 배려하는 그 마음도 참 예쁘구나 싶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니?”라고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 그럼 학교에 안 갈 거야.”한다.
모르는 척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라고 하고는 딴 일을 보고 있자니 막내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잠바는 안 입고 학교를 갔다 와서 저녁참에 같이 마트에 가기로 손가락 걸고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조건까지 붙여서 협상을 제안해온다.
이렇게 막내 녀석이 마트에 대한 갈증이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워낙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고 알고 있기에 막내 녀석의 마트는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 “아싸라비아.”를 외치고는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이따가 마트!”하며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마트 좋아하는 막내 녀석의 심통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는데 앞말이 길었다.
광주에는 백화점 3곳 대형마트 13곳 SSM(슈퍼슈퍼마켓) 15군데가 있다. 이곳 중 몇 곳은 전국에서 판매액이 1, 2위를 다투는 곳도 있단다. 인구 142만이 조금 넘는 도시에 밀집도를 비교해도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또 다시 북구청에 S사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바로 옆에 지하 4층으로 짓겠다고 건축허가신청서를 버젓이 제출했단다. 학교학부모님들과 인근 중소상인들의 강력한 항의로 일단락되어졌다고는 하지만, 또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 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지 걱정스럽다.
어떤 이들은 쇼핑하기 편리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텐데 뭘 그렇게 반대를 하고 시위로 교통까지 불편하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은 대기업이며, 자본(돈)이 어디에서 오며 어디로 가는가를 따져 봐야한다. 아니 이제 S사는 다국적기업이다. 다국적기업의 최대의 목표는 이익창출이다. 그 말은 절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초들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광주 자본, 지역 안에서 돌게 하자
이번 배추파동만 해도 그렇다. 서민도 농민도 다 힘들었다. “배추 그냥 그만큼 받으면 괜찮지 싶어 밭떼기로 팔았제 고로코롬 뛸줄 누가 알았당가?” 한 농민과 막걸리 한잔 주고받으며 들은 이야기다. 이번에는 또 배추 값이 급락할지도 모른단다. 이래저래 맘만 뒤숭숭해진다.
현명한 광주의 소비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동네 앞 슈퍼와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조금 더 신경 쓴다면 나눔 장터, 직거래 장터나 생협 매장을 이용해서 소중한 우리의 땅도 지켜내고 필요한 돈이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나가지 못하게 하자. 제발 부탁이다.
이옥순 빛고을시민생협 이사장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