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끼만 양배추김치 먹기
하루 두 끼만 양배추김치 먹기
  • 박상은
  • 승인 2010.10.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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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는 그녀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 그녀가 배고파 베르사유 궁전을 찾은 민중들에게 한 말이다.

이에 흥분한 민중들은 봉기했으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대혁명의 시작이었다. 다소 과장이나 역사적 검증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대혁명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다.

동서양이 무대만 바뀌었을 뿐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올리라”는 MB의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SBS보도본부 부국장인 신동욱 앵커와 같은 바른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MB의 양배추김치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우러름의 대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삐딱한 눈을 가진 우리네 민초들에게는 왜 그토록 아린 추억이며, 정치 쇼며, 염장 질로만 보이는지….

‘공정한 사회’와 친(親) 서민을 외치는 그에게, 양배추김치를 권하는 그에게 감동은커녕 독설과 풍자를 하는 우리는 진정 ‘어린 백셩’이다. 어린 백셩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떠올리지 못하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케이크를 떠올리는, 아마도 그와 그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어린 백셩일 것이다.

마리 앙투와네트와 MB의 양배추김치

우리는 왜 MB의 양배추김치에 들썩이는가?
김치는 상징이다. 우리 밥상의 중심이며, 우리 먹거리의 상징이다. 그런 김치를 MB는 너무나도 쉽게 이야기하고 있기에 우리는 들썩이는 것이다.

우리 밥상에 김치는 언제나 기본 항상 당연히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그 대표 격의 김치가 바로 배추김치다. 그런 배추김치에 대한 도발이기에 우리는 들썩이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우리 아침밥상의 풍경은 급한 마음에 앉지도 못하고 부엌 식탁에 서서 찬물에 만 밥과 배추김치 한 조각으로 때운다. 그런 우리의 밥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배추김치마저 빼앗기는 느낌은 우리에게 너무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또한 양배추김치는 추억의 음식이다. 좋지 않은 추억의 음식이다. 그래서 더욱 들썩인다.

안타깝게도(?) 군대를 못간 MB를 비롯한 사람들에게는 양배추김치가 별미일는지 모르겠으나, 30대 후반 이상의 예비역들이라면 아마도 양배추김치가 썩 달갑지는 않은 음식일 것이다. 취향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반응은 썩 달콤하지만은 않다.

군대 혹은 유치장 등 그다지 아름답고 정겨운 장소에서 먹는 추억의 음식이 아니기에,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먹을 수밖에 없어서 먹는 음식에 대한 추억이기에 안타깝게 못 가본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일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언론의 몇몇 인터뷰 등에서 보이는 반응과 주변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음은 아마 좋지만은 않은 추억에 대한 회상과 군대에서 양배추 김치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지 않은가 싶다.

민주주의 사회에 살아 그나마 천만다행
 
몇 해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니 하루 두 끼만 먹자’고 교시를 내리시고, 이번에 MB는 ‘배추값이 비싸니, 배추대신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게 하라’고 교시하시었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친서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살림살이가 29만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분의 말씀 따라 우리 모두가 ‘하루 두 끼를 양배추김치와 함께 먹어야’ 할 판이다.

어쩌면 우린 앞으로 17개월가량 그렇게 살아야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한줌의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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