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흐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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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9.1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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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1일 나주 승촌보서 열린 범시민행동 1차대회

▲ 참가자들이 본 의식을 마치고 인간띠 잇기와 108배를 올리기 위해 학산교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독자 김향득씨 제공.
아침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시·도민들의 발길은 막을 수 없었다.

11일 오후 2시 무렵,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2구 승촌보 공사 현장 수변공터에는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든 참가자들이 빗속을 뚫고 속속 모여들었다. 주말이라 아이들 손을 잡고 참가한 가족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이 모인 것은 ‘4대강사업중단 광주전남시도민행동의 날 대회위원회’ 주최로 열린 ‘4대강 사업 강행 이명박정부·박준영도지사 규탄 광주전남 범시도민행동 1차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어림잡아 600~700여 명은 돼 보였다. 주최 측 관계자는 “날씨만 맑았으면 1천여 명은 훨씬 웃돌았을 것”이라고 했다.

놀이패 ‘신명’ 박강의 대표의 1인 춤 공연 등 식전 행사가 마무리되고 대회선포와 함께 학산교 다리 위로 ‘4대강사업 중단 MB OUT’이라고 써진 플래카드가 급하게 흘러가는 황톳물 위로 펄럭였다. 강물 위로는 고무보트를 탄 경찰특공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대기를 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손성환 순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인들 앞에서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금방 도움을 줄 것처럼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장애인들의 뒤통수를 친다”며 “4대강에 쓸 돈 때문에 장애인들을 위해 쓸 돈을 삭감하는 게 지금의 정부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재인 나주농민회 회장은 “나주에 댐이 생기고 물 땅꼬까지 만들어지면 과연 나주에서 농사를 지어 생명줄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며 “주암호 주변 배추가 습기와 안개 때문에 물 배추가 돼 도시사람들이 거들떠도 안 보듯 나주 특산물인 나주배도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회위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토건 세력들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는 이명박 정부와 중앙정부에 동조해 4대강 사업 전도사로 전락한 박준영 전남지사를 비롯한 단체장, 지방의원들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국회는 4대강사업 검증특위를 조속히 구성할 것 △2011년 4대강 죽이기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 △박 지사, 지방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사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 ‘상식이 밴드’의 열창에 우산 ‘헤드뱅잉’으로 화답하며 한 목소리로 ‘삽질을 멈춰~’를 외쳤다.

▲ 학산교 위로 흰 비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다리 아래로는 '4대강 사업 중단 MB OUT'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사진=독자 김향득씨 제공
참가자들은 이어 이날의 본 행사인 인간 띠 잇기와 108배를 위해 학산교로 자리를 옮겼다. 승촌보 현장을 바라보고 일렬로 늘어선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저마다의 염원으로 108배를 올렸다. 아이들부터 여성, 노인 할 것 없이 두 눈을 감고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108배를 하는 동안 멈춰져 있던 빗줄기가 참가자들의 절이  끝나자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영산강을 따라 광주에서부터 4시간을 걸어왔다는 서명자(46)씨에게 108배의 소감을 묻자 그녀가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제 자신부터 반성합니다. 절을 하면서 제 안의 미움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에요. 저 스스로부터 더 잘해야겠다,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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