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금을 캡니다”
“바다에서 금을 캡니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8.09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최대 토판천일염 생산지 증도 태평염전

▲ 드넓게 펼쳐진 염전과 소금창고 사이로 염부들이 짐을 나르고 있다.
연수단 일행이 찾아간 곳은 단일염전으로는 한국 최대 규모라는 태평염전.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에 위치한 태평염전은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643㎡(약 143만평)의 부지에서 연평균 1만5천 톤(국내 소비량의 6%)를 생산해 낸다.

태평염전은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을 구제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조성됐다. 근대문화유산 360호로 지정되기도 한 태평염전은 염전으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1953년 염전설립 초기에 건축된 석조소금창고를 원형 그대로 이용해 지난 2007년 리모델링한 소금박물관을 지나면 끝도 없이 펼쳐진 염전과 소금창고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갯벌을 다져 만든 흙 판 염전에서 전통방식으로 자연 소금을 만드는 일명 ‘토판 천일염’을 생산한다. 국내 소금량의 1%.

이날을 포함해 며칠 동안 계속 비가 내린 터라 가로·세로 15m 정사각형 염전에는 소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정구술(51) 태평염전 차장은 “보통 다른 염전들이 3~11월 사이에 소금을 생산하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4월15일부터 10월 초까지만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더 좋은 고품질의 소금을 생산하기 위함이며 햇빛이 맑은 80~85일 동안 하루 5천kg의 토판천일염을 캔다”고 말했다.

올 여름처럼 비가 잦으면 소금생산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전 과정이 25일 정도 소요되는데 영근 소금이 비에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자주 창고에 넣고 빼야 하는 수고로운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  

실제 올 봄에는 잦은 눈비로 일조시간이 최근 40년 동안 가장 짧았으며 농작물이 냉해피해로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염전 또한 생산량이 저조한 편이다.

이렇게 생산된 천일염은 적어도 3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친다. 염전 관계자가 소금 한 알갱이를 집어 혀로 살살 녹여보라고 했다. 간수가 쫙 빠진 소금에서는 짜면서도 달큰한 향기가 풍겨왔다. 전라도 말로 ‘개미’있는 맛이랄까.

최근에 새우깡 매출이 15%정도 상승한 것도 모두 천일염 때문이란다. 지금껏 중국산 정제염을 쓰다가 국산 천일염을 넣었더니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하지만 맛도 건강도 챙기는 천일염도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정 차장은 “숙련된 염부들이 사라지고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기계염·정제염의 선호가 줄지 않으면 5년 내에 신안의 염전들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 연일 이어진 비로 가로*세로 15m 정방형의 염전은 텅 빈채 소금을 그러모으는 그레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