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천일염, 세계 정복 멀지 않았다
신안 천일염, 세계 정복 멀지 않았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8.0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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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은 바다가 경쟁력이다 <하>신안 천일염

▲ 한 염부가 염전에서 수확한 천일염을 그러모으고 있다.
갯벌바다의 미네랄, 무기질 함유
세계적 품질 입증에 기업들 러시

문제.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소금은 과연 광물일까 식품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식품이 맞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금이 땅속에서 캐내는 암염인 탓에 광물취급을 받아왔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3월의 일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잘못된 소금정책이 크게 일조를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963년 당시 정부는 ‘염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암염을 주로 생산하는 외국의 적용을 따라 소금을 광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식품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천일염 대신 소금으로 정의된 ‘'제제염이나 가공염, 정제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천일염으로 집에서 담근 김치 맛이 대형 식품회사 제품보다 뛰어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염전을 폐업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소금을 천시했으며 2008년 3월에 이르러서야 염관리법 개정으로 광물이 아닌 식품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관리업무도 산업자원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이때 이관이 됐다.

이러다보니 지금껏 350만 톤에 달하는 연간 국내소비량 중 90%가량은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고 국내 생산량 38만 톤은 중국산과 섞여 헐값 대접을 받았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산 천일염 품질은 세계적 수준

그렇다면 국내, 그 중 국내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전남 신안군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품질은 어떤 수준일까.

신안군의 천일염은 곧잘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소금과 비교되곤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세계 소금 박람회’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을 일으키는 염화나트륨 성분이 게랑드 소금은 89.5%, 신안 천일염은 81.75%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안 천일염은 게랑드 소금에 비해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전남보건환경연구원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체에 이로운 마그네슘 성분은 전남산이 9,797mg/kg인데 반해 게랑드산은 3,975mg/kg, 칼륨(K)의 함량 또한 전남산은 3,067mg/kg로 게랑드산(1,073mg/kg)의 세 배에 달했다.

또 유해 중금속 성분에 있어서는 중국 등 저가 소금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전남 천일염의 우수성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한국의 서해안 갯벌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천혜의 미네랄 성분이 가득 담겨있어 맛과 풍미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소금하면 ‘염화나트륨’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천일염은 마냥 Nacl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게 요즘의 인식이다.

김학렬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천일염 현황 및 우수성’이라는 논문에서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말고도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바닷물 속의 미네랄이 천일염에 그대로 녹아들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태양의 부스러기’라고 불리는 천일염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신안 천일염의 가격이 게랑드 소금에 비해 가격이 1/50에서 1/10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천일염 세계화, 멀지 않았다

전남 천일염이 서서히 비상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최근 웰빙, 슬로푸드, 자연식이 각광을 받으면서 우수한 품질의 천일염이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소금에 대한 인식이 그전의 가공·정제염에서 천일염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갯벌에서 생산된 국내산 천연소금이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자산이라는 자신감이 입증되고 있어서다.

이러한 변화를 발 빠르게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형 기업들이다.

대상은 전라남도와 신안군 천일염 가공 및 유통 사업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간 시설 및 설비 투자금 198억 원과 수매자금을 포함해 모두 1400억 원을 투자해 전통식품용 천일염과 관련제품들을 생산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도 신안군 신의도에 100억 원을 투자해 신의도천일염(주)을 설립하고 천일염 완제품 연간 2만 톤 생산설비를 갖췄다. 이는 천일염 시장 세계 1위인 프랑스 게랑드 소금(약1만5천 톤)보다 생산능력이 25% 가량 많은 세계 최대 규모다.

농협도 지난해 8월 전국 최초로 천일염 생산농가 대표 등과 함께 신안 천일염 연합사업단을 출범시키고 농협 마케팅 점유비를 현재의 32%수준에서 2013년까지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기업화·대형화 추세는 그 동안의 비위생적이고 전근대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식 생산시설 구축과 체계적인 유통망 확보로 신안 천일염을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시키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안군(군수 박우량)은 신안천일염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염 생산자 전문인력양성, 이력관리시스템 시범실시, 지리적표시제 등록, 천일염 홈페이지 구축, 국내 박람회 참가, 대도시에 천일염홍보, 택배비 및 포장재를 지원하는 등 천일염산업을 10년 후 1조원이상 시장으로 성장시켜 지역발전의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소금의 종류

천일염: 염전에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얻은 소금. 지중해와 홍해 연안, 미국 중국 등에서 생산된다. 외국산의 염도는 90% 내외지만 서해안의 것은 80% 내외다. 주로 식용으로 이용된다.

암염: 돌덩이처럼 땅속에 묻혀있는 소금.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채굴되며 분쇄와 선별, 가공작업을 통해 공업용과 식용으로 사용된다. 평균 염도는 96% 이상.

정제염: 기계염이라고도 한다. 바닷물을 전기분해, 이온투과막 여과 등을 거쳐 염화나트륨 성분을 추출해 건조기에서 말린 소금이다. 식용, 공업용으로 쓰이며 염도는 99%에 이른다.

재제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기존 소금을 녹여 다시 가열해 재 결정화시킨 것. 꽃소금으로도 불린다. 암염이나 중국산 소금을 섞어 만들며 염도는 90% 수준이다. 식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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