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지 않는 역사에 미래는 없다”
“소통하지 않는 역사에 미래는 없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7.21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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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 600년사 책으로 펴낸 김영헌 운암2동 동장

황계포란 형 명당 운암동 역사·문화 담아
90개동 마을 역사 정리 작업 이뤄졌으면

▲ 김영헌 동장.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하나로 이어진 시간의 배열입니다. 따로 떨쳐놓고 생각할 수 없지요. 그래서 역사는 소통이 필요한 겁니다.”

머리로는 자신이 행정공무원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가슴으로는 항상 뿌리를 찾아 헤매는 김영헌(50) 광주 북구 운암2동 동장. 이번 ‘동네방네 사람들’의 주인공이다.

김 동장은 이번에 600년 마을의 역사를 담은 ‘광주 운암’이라는 책을 발간해 지역 언론의 많은 조명을 받았다.

지난 2003년 광주 오치동의 역사를 다룬 ‘광주 오치’, 2006년 임진왜란 최후의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김덕령 평전’에 이은 자신의 세 번째 책이다.

그의 향토사 사랑은 6급으로 승진한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됐다. 평소 한학공부를 틈틈이 해 오던 그는 북구 일곡도서관에서 있었던 지역향토문화 강좌를 1년 넘게 수강하며 향토사에 눈을 떴다.

▲ 책 표지.
“그 공부를 하고 나니 비로소 지역향토사를 개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그 때 지도해주셨던 김경수 선생이 ‘오치’라는 지명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숙제를 내주셨어요. 2년을 끙끙 앓다가 내놓은 책이 바로 2003년에 낸 ‘광주 오치’였습니다.”

‘김덕령 평전’을 낸 이야기는 더 드라마틱하다. 광주 오치사(史)를 연구하던 중에 김덕령 장군에 얽힌 ‘신 삼는 바위’ 얘기와 맞닥뜨렸다. 하여 장군에 관한 기록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변변한 서책 한 권이 없었다.

김 동장은 그 길로 김덕령 장군 연구에 국내최고 권위자라는 김범수 옹(작고)을 찾아 경남 진주로 달려갔다. 그는 김 옹의 도움말과 자료제공으로 15개 전설을 묶은 장군에 얽힌 설화집과 평전을 펴냈다. 김 옹은 그에게 필생의 작업을 다 물려준 얼마 뒤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향토사 정리라는 게 워낙 고된 작업이다 보니 뭔가를 다시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는 더 이상 미뤄둘 수만은 없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데 그보다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마음먹었죠. 노 전 대통령 장례 다음날부터 1년을 꼬박 바친 결실이 바로 ‘광주 운암’입니다.”

‘광주 운암’은 주민들의 삶터, 역사와 문화, 인물, 성씨, 야사 등 모든 기록과 민담, 설화를 아우르려 했다. 풍수적으로 황계포란형(黃鷄抱卵形) 지형으로 알려진 운암동은 그 중에서도 ‘명당’과 관련된 재미난 얘기가 전한다.

운암산 바로 밑 대내(안몰)마을 부근은 예로부터 ‘명당등’이라 불렸는데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률이 ‘죽’을 쑤고 있을 때 지금의 ‘운암산아이파크’ 만이 3.8: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일화나 진흥중·고가 처음 자리 잡은 골짜기가 백 명의 재상이 배출된다는 ‘백상골(百相谷)’이라는 얘기까지.

이 밖에 소설가 황석영과 ‘임을 위한 행진곡’ 탄생 비화, 강경대 열사 운구행렬과 운암대첩 일화 등 운암동과 관련된 크고 작은 얘기들까지를 모두 담고자 한 그의 의지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는 무엇보다 도시화, 근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빠르고 편리함만 추구하면서 옛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세태에 대해서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1896년도에 나주 관찰부가 광주로 오면서 나주는 어느 정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광주는 광주읍성과 같은 근대건축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옛것이라고 해서 다 낡고 불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은 어렵게 살면서도 책을 쓰고 높은 문화생활을 즐겼어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김 동장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과거와 현재의 문화적 연계를 통한 ‘밝은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울리고 자연과 인간, 문화가 버무려진 도시가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바람이 있는지 물었다. “광주에 있는 90여개 동의 마을 역사를 망라한 작업들이 하루 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죠. 또 앞으로 몸이 허락한다면 전문가와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장승, 옛길, 저수지, 공예품 등을 주제별로 묶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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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균호 2010-07-21 21:07:21
잊혀질뻔한 우리향토사를이렇게라도 우리후손들에게남겨야한다는 저자의 생각과 실천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바쁜 현대생활에도 전문 향토사학자 가아님에도 열정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저자의 필력은 아마그가 가슴으로이책을 출산 했기때문이아닐까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