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감사 뱃놀이를 꿈꾸는가?
평양 감사 뱃놀이를 꿈꾸는가?
  • 이옥순
  • 승인 2010.07.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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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빛고을시민생협 이사장)

멕시코 해안의 한 가난한 어부가 한나절을 바닷가에 누워있다 바다에 나가 작은 배로 가족이 먹을 것과 생필품과 맞바꿀 고기만 잡아 시장에서 와인 한 병과 맞바꿔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식사를 하고 아내와 팔짱을 끼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업가가 말했단다.

“당신은 왜 그렇게 어리석은 삶을 사느냐.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 더 큰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고 사업을 확장해서 큰 배를 장만하면 큰 부자가 되고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고. 사업가는 다시 “왜 이렇게 한심하게 사느냐”라고 물으니 가난한 어부가 가만히 듣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 하느냐”라고 되물었단다.

사업가가 “노후에 아내와 조용한 바닷가에서 멋진 집을 짓고 편안히 쉬기 위해서”라고 답하자 가난한 어부는 아무런 대구도 없이 바닷가에서의 낮잠을 접고 집으로 향하더란다.

땅 파는 재미가 덜해 강을 파나

혹시 그거 아시는가? 우리나라 땅 중에는 주택지보다 도로의 면적이 훨씬 더 넓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토 곳곳에서 이리저리 사방팔방으로 늘 도로공사가 한창인 걸 보면서 짜증이 울컥 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뭣 때문에 이렇게 파고파고 또 팔까, 파다가 더 팔 곳이 없으면 안팔까. 하는 모양으로 봐서는 그렇지는 않을 듯싶다. 땅을 파다 재미가 덜했는지 이젠 강을 판다. 아이들 요즈음 유행어로 ‘헐…’이다.

광주시청 민원실 앞에는 맑은 강 홍보부스가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해놓았던가?
잘 모르겠다. 이 맑은 강 홍보부스가 왜 내 눈에는 그렇게 맑은 강 사업으로 보이질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간혹 보는 TV에서의 친환경적 공법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은 또 무슨 흉측한 일을 벌이려고 저리 포장을 할까 싶은 생각이 앞서는 것은 또 왜인지.

내가 기억하는 영산강은 나주 영산포 옆 유채 밭 정도이다. 그런 사람의 눈에 그렇게 올곧게만 보이지 않는 4대강 사업이 환경관련 전문가들 눈에는 얼마나 얼척이 없는 사업이겠는가.

또 하나 들은 소리가 있어 옮겨본다. 영산강을 개발하는데 소쇄원이 사라질지도 모른단다.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다. 무슨! 그랬다가 설마! 거기까지 그러려고! 되레 네가 잘못 알았을 게야, 다시 알아 봐, 하다가 좀 더 알아보아야겠다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그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어 세상에, 세상에! 하면서 입이 쩍 벌어진다. 

자연과 문화유산 담보로 누구 위해?

보이는 곳만 식영정, 가사문학관, 생태공원, 담양의 대나무군락지, 담양습지, 여러 정자문화재….
이 밖에도 작거나 크거나 습지가 사라지면 그 많은 새들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연과 문화유산을 담보로 하는 4대강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건설노동자.
나라 위해 군으로 가 청강부대로 배정된 젊은 청년과 그의 어머니.
공무원인 남편의 일에 “그런 일 하려면 그만두시오”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 아내.

왜 착하디착한 서민들까지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려하는지, 어찌하여 이리 돌아가는지 많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강에서 장보고를 꿈꾸는가? 김홍도의 ‘평양감사 뱃놀이’를 꿈꾸는가? 아서라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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