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내 아내”
“우렁각시 내 아내”
  • 황연이 시민기자
  • 승인 2010.06.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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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으로 쓰러진 남편 12년째 돌보는 김해순씨

▲ 남편 문병남씨와 아내 김해순씨.
“나를 사랑해준 아내가 있어서 내 지금까지 살았어.”

중풍으로 쓰러져 27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문병남(광주 남구 방림동.65)씨. 문씨는 5월 가정의 달의 맞아 아내의 고마움을 새삼 더 느낀다.

전일빌딩 근처 인쇄소에서 일했던 문씨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4월 유난히 무더웠던 날이었다. 그날 문씨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급하게 먹고 나서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동료의 부축으로 집에 돌아온 남편을 본 아내 김해순(57)씨는 “남편이 피곤해서 자는 줄만 알았지. 그런데 오른팔이 이상하다는 게  내 눈에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얼른 119에 신고해서 조대병원으로 데려 갔지.”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수술을 받고 나서도 의식이 없는 남편을 보며 김씨의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까. “정신이 하나도 없고 이 사람이 오늘 가실지 내일 가실지 몰라 깨어나기 전까지 집에 한번 안가고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아기처럼 보살폈어.”

하나뿐인 딸 문경희(34)씨와 함께 혹시 욕창이 생길까 20분 간격으로 밤낮없이 등을 두드렸다. 다들 식물인간 아니면 죽을 거라고 수군댔지만 아내 김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 김씨의 사랑이 전해졌을까. 27일 만에 의식이 돌아온 남편 문씨는 약간의 언어장애가 왔지만 기억을 잃지 않고 가족을 알아봤다. 병원에서도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김씨는 “5개월 만에 퇴원하고 나서도 또 어떻게 될까 불안해서 잠이 안 왔지. 걷지 못할 줄 알고 휠체어도 장만했었어. 정말 아기 키우듯이 세수부터 옷까지 깨끗하게 입혀서 날마다 운동시켰지. 내가 모르고 있었던 마음속 깊은 사랑이 있었나 봐”하며 웃음 지었다.

방림동에서 남편 문씨의 차도는 이를 지켜보는 이웃들의 주된 관심사다. 주민들은 “앞전보다 걷는 모습이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아”, “항상 깨끗한 모습으로 운동을 내보내는 부인의 정성이 지극이야. 누군지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네.”라고 마음 속 응원을 보낸다. 문씨는 아내 김씨의 정성으로 하루 서너 시간 씩 동네를 오가며 12년을 한결같이 운동을 한다.

아직 완벽하게 걷기는 불편하지만 지금은 불편한 오른쪽 발로 먼저 걷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런 김씨에게 남편 문씨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나를 사랑해준 당신이 있어서 지금까지 내가 살았어. 너무 고마워.”

남편의 뜻하지 않은 중병에도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핀 아내의 지극한 내조를 보며 요즘 같은 세태에 귀감으로 남았으면 해 부부의 사연을 기사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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