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과 교육의원, 제대로 뽑자
교육감과 교육의원, 제대로 뽑자
  • 윤영덕
  • 승인 2010.05.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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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덕(전남대 5·18연구소 학술연구교수)

6·2지방선거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 교육감과 교육의원까지 총 8장의 투표용지에 기표를 해야 한다. 전국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경우에는 사실상 이번이 직선제에 의한 최초의 전국 단위 선거이고, 기호도 추첨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보다 세심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감은 흔히 ‘교육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교육감은 관할 시·도 지역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예산편성권 및 교장 등 인사권을 비롯해 각종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갖는다.

교육의원은 광역의회 소속 의원으로서 교육감의 교육행정을 견제·감독하고 중요 교육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누가 교육감과 교육의원이 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 교육현장이 모습이 결정되고 미래세대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유권자들이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삶의 공간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문제가 교육이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렇듯 가장 중요한 일상이 행복하고 신명나는 일이 아니라 지겹고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만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

물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는 교육의 세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이며,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사회적 의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육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고, 교육의 주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도 억압당하고 있다. 사실상 청소년들을 교육의 주체로 대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은 “교육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호 0번 교육감 후보 출마를 선언했겠는가. 이번에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필자는 지난해 5·18기념재단이 주최한 “청소년, 2009 한국교육을 이야기하다”는 주제의 ‘전국고등학생 토론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토론대회에 참가한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비롯한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지적하였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교육방식과 교육시스템의 문제,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교육정책, 그리고 차별과 배제로 고착된 대학서열화와 학벌중심사회의 폐해 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우리 청소년들의 높은 사회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더구나 한국교육 문제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 스스로의 제 역할 찾기에서부터 교육개혁의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의견들은 한국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과 실천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었다. 현실은 고통스럽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미래 위한 유권자 의식 절실

요즘 대화를 통한 문제인식과 해결 방안의 모색이 일상화되지 않은 우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욱 진하게 느낀다. 사실 ‘소통의 부재’라는 우리사회의 문제는 단지 특정한 지도자나 정치권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결정과 일방통행의 관행, 그리고 책임 떠넘기기가 일상화되어 있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계기로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인생을 그리고 있는지, 자기들이 원하는 학교와 교육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래서 유권자들인 어른들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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