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교사 김병한의 반성... 그리고 '기다림'
시위교사 김병한의 반성... 그리고 '기다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한 광주체육중 교사
저는 24일 제가 근무하는 광주체육중학교 교문 앞에서 1인시위를 했던 김병한입니다. 평소에는 남 앞에 나서기도 어려워하고, 말도 잘 못하는 평범한 사회과 교사입니다. 컴퓨터를 남달리 많이 하고 특히 리눅스 운영체제를 즐겨 사용하는 체육중학교 교육정보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명료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올해로 나이 50이 된 내리막길로 접어든 실버교사입니다.

반성합니다
엽기적 1인시위 징계를

바랍니다,
비교육적 인사책임자 직위해제를

기다리겠습니다,
최교장 인사명령 철회를


   
저는 23일 오후에 교무실에서 광주교사리눅스 동호회에서 진행되는 PHP 프로그램 강의준비를 하던 중 최모교장이 학운중에서 체육중으로 전보발령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전 웃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누가 농담으로 지어낸 이야기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은 사실이었습니다.
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세상에 이런 몰상식한 일이 공교육현장에서 일어나다니!!!

교사가 몇 안되는 저희 학교로서는 인사명령의 부당함을 알리는 방법도 막연하였습니다. 게다가 소년체전을 9일 앞둔 저희 학교 처지로서는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24일 아침 전 평소와 같이 아침 운동을 마치고 빨리 출근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의 부당인사에 대한 의사 표명을 위한 자리로 교문 앞을 선택했습니다. 저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문 출입은 거의 없습니다.

전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요가 동작으로 명상에 들어가면서 요구사항이 적힌 피켓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도를 보고 약간은 놀랐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높은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가 당한 모욕과 광주교육청의 무원칙한 인사행정에 대해 의사표시의 수단으로 1인시위를 한 것인데. 약간은 돌출행동처럼 노출된 사진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의도 밖의 일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어떤 시민의 사려깊은 지적을 보고 제 생각이 짧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행동에 잘못이 있다면 징계를 내린대도 달게 받겠습니다.

교육을 애정으로 바라보는 존경하는 선생님과 시민여러분!
본의 아니게 엽기적인 모습으로 보였던 시위 모습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김병한이 머리 숙여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화가 나서 나이도 체면도 고려하지 않고 차량 위에 올라간 사정을. 본교가 안고있는 깊은 아픔을. 본교가 악용되었던 여러 용도를. 제가 이 학교에 근무하기 전 발생한 일입니다만.

1. 모학교에서 물의를 일으킨 박모교장을 광주교육청은 본교에 발령만 내고, 당사자는 학교에 나타나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 있다가(?) 다른 학교로 전보된 위장 피난처로
2. 모학교에서 추행사건으로 징계받은 하모교사를 본교에 발령내었다가(잠시만 있게 한다더니만) 결국은 1년동안 말썽만 일으키고 다른 학교로 전보된 비리교사 귀향처로
3. 힘있는 교육관료의 친척을 좋은 학교에 발령내주기 위해 없던 교장 자리를 만들어 1순위 교장을 본교에 발령내고 2순위 자기 친척을 의도했던 학교로 발령내는 요술발령처로
이해가 되십니까? 그동안 본교가 악용되었던 사례가.
그러다 1999년 9월 이후 체계가 잡히는가 싶은데 돌맹이 하나가 다시 날라든 것입니다.
그동안 자행되었던 교육청의 인사 횡포로 나락에 떨어진 본교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저희 학교 교사들 심정이 이해가 되십니까?
잘못된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아 노력하는 저희들에게 날라든 이번 돌맹이는......
4. 비리교장으로 평가받은 그리고 징계까지 받은 교장을 임시 구원처로 삼기 위해, 없는 교장자리를 만들어 인사 발령을 낸 것입니다.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에 큰 혹을 하나 더 붙이는데 분통이 안터지겠습니까?
자존심이 뭉개질대로 뭉개진 저희 교사 일동은 분을 삭일 수가 없었습니다.

무원칙한 교육청의 인사행정을 그대로 간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청 실무담당자는 법리만 앞세우면서 교육적 배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현명하신 선생님들과 시민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IMF이후 어려운 우리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힘을 모았던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131명의 학생, 4개 학급, 12명의 교사, 1명의 교감으로 운영되는 중학교에, 더군다나 모든 시설은 전부 고등학교 시설을 빌려서 사용하는 본교에, 1999년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 운영되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학교에 새로운 교장이 임명되다니.
더구나 없는 자리 만들어서(?)(교육청에서는 TO는 있었는데 고교 교장이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 발령을 내다니.

더더욱 비리로 징계된 교장을 보호하기(제가 보기에는 교육청의 이번 인사는 정말로 잔인) 위해서 체육과 전혀 무관한 인물을 갑작스럽게 소년체전을 며칠 앞두고 체육중 교장으로 발령을 냈으니 어찌 화가 안나겠습니까?
교장이 새로 임명되므로 해서 발생되는 추가 경비(인건비, 행정상의 비용, 기타 경제외적 비용)는 차치하더라도, 교육적으로 반교육 결과가 초래되는게 훤한데......

더우기 소년체전을 며칠 앞두고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인데 이런 날벼락을 내렸으니 분통이 안 터지겠습니까?

자애로우시고 현명하신 교육감님!
저는 감히 요청합니다.
부당한 인사명령에 분통을 이기지 못해 돌출시위를 한 이 김병한이 잘못했다면 죄를 내리시라고.
한편 요구합니다.

이번에 무원칙하고 비교육적인 인사행위를 추진했던 실무담당 교육관료도 직위해제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요즘과 같이 창의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교육적 배려는 별로 없이 법의 문자 해석에만 급급했던 답답한 교육 관료라면 마땅이 그 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생각이 짧아 물의를 빚은 24일 1인시위에 대한 잘못이 있다면 본인에 대해 징계를!
한편 기다리겠습니다.
이번과 같은 비교육적 인사행정을 입안했던 교육마인드가 부족한 답답한 교육관료의 직위해제 소식을!
그리고 목을 빼고 기다리겠습니다.

잘못된 인사 명령(최상근교장의 체육중 임명)의 철회 소식을!!!
상처받은 광주체육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손모아 기다리겠습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