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바우처가 복지마인드를 바꾼다?
복지바우처가 복지마인드를 바꾼다?
  • 나금주
  • 승인 2010.02.05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금주(참여자치21 운영위원)

공공성이 강한 보건복지 사업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바우처(voucher)제도’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바우처제도는 정부가 특정계층에게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불인증권’, 즉 쉽게 말하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쿠폰 또는 카드를 의미한다.

정부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 즉 비용부담은 정부가 서비스 생산 및 전달은 민간이 담당함으로써 서비스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며 복지바우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우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공급자 간의 경쟁을 강화해 가격 인하 및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대상 분야 및 운영방식 등이 제한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는 등 준비부족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갈 길 먼 바우처 제도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장애아동 재활치료바우처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사업의 대상은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재가장애아동, 시설입소아동 포함) 중 지적, 자폐성, 뇌병변, 청각, 언어, 시각장애를 가진 아동이고, 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동 중 전국 가구평균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 해당되면 서비스 대상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서비스 대상 자격자로 선정되면, 사전에 선정된 재활치료서비스 바우처 제공기관(영리·비영리 기관, 개인사업자 등)에 서비스 요청을 할 수 있고, 지급받게 될 바우처 금액 한도 내에서 원하는 치료서비스( 언어치료, 청능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행동치료, 놀이치료, 심리운동치료, 인지학습치료 등)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의 경우에도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1급 장애인(15종 전체)으로 소득기준과 무관하게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 시작 전부터 장애당사자나 장애아동 부모들, 바우처 실시기관들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시장화 문제, 영리 기관의 독과점 문제, 영리 기관의 가격 담합 문제, 소득을 기준으로 서비스 대상자를 제한하는 문제, 서비스의 전문성 및 질 관리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바우처 사업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서비스 공급자를 늘리고, 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촉발시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 가격을 높이는 등 서비스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는 다르게, 기존의 영리형태의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 공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가 영리기관 간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리기관의 지나친 이윤추구 경향은 결국 서비스 가격을 높이게 되고, 한정된 바우처 금액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윤추구보다 공공성 강화 방향으로

더 큰 문제는 사회복지의 특성상 정말 중증에다 다른 사람의 지원이 절실한 장애인들에게 예전 정부보조금시스템에서는 복지기관들이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지만, 바우처 시스템은 그럴 필요가 아니 그럴 여유가 없다.

바우처의 경우 무한경쟁인데다 최대한의 적은 인건비를 지급하고 최대의 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바우처 직원들도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사회복지서비스를 값싸게 보다 많은 대상자와 직원들만 확보가 되면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래의 사회복지 마인드는 실종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변질되고 만다.

결국 복지바우처사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가뜩이나 듬성듬성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대부분 민간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복지바우처 사업은 그나마 정부가 제공해왔던 기존의 사회안전망도 후퇴하게 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확산될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말하자면, 중앙정부에서 일괄 추진한다고 해서 앵무새처럼 바우처사업을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흉내만 낼 수는 없다.

적어도 복지마인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 광주지역만이라도 무분별한 복지바우처사업의 확대를 지양하고 사회복지분야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치료사나 활동보조인들의 전문성 엄격한 기준 적용, 서비스단가의 현실적인 조정, 선정기관의 공공성 확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신규서비스 제공 등)으로 복지바우처사업이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