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國格)은 어떻게 높아지나
국격(國格)은 어떻게 높아지나
  • 이학영
  • 승인 2010.01.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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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우리나라도 제법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너 나 없이 그걸 자랑스러워하니 이 자리에서 그걸 다시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200여개 나라가 넘는 이 지구상에서 생산량 규모의 크기가 10개 안에 꼽히는 나라가 되었다니 대단하긴 대단한 거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좀 나라의 품격을 갖추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라의 품격, 다시 말해 국격(國格)을 좀 높여보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선 드는 생각은 왠지 그런 말하기에 내가 먼저 좀 쑥스럽다는 것이다.

나라란 것이 수많은 구성원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루어진 것일 진데 나 하나 제대로 품격 있게 살지 못하면서 나라만 국격을 높이라고해서 될 일인가 싶어서다.

돈만 될 것 같으면 온갖 부정도 투기도 불사하는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한쪽에서 굶주리고 힘들어도 나만 잘 살면 상관없다고 살아온 우리네가 아니던가. 한 나라의 지도자를 고르는데도 정신 바르게 든 것보다는 돈 많이 벌어만 주면 된다고 선택하는 우리네 아니었던가.

이런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나라 품격을 운운하는 것은 모두 제 잘못은 생각 안하고 정승 대접 받고자 하는 것 같아 영 마음이 찜찜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나라의 품격이 높아지기는 해야 함에 틀림없다. 모든 분야가 다 그래주면 좋겠지만 우선 정치만이라도 좀 품격 있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 정치가 품격이 있어야 모든 구성원들이 평안할 테니 말이다.

나라가 물질적으로 성장했으면 이제 나라 안에 물질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 정도는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최근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라는 통계를 그대로 두고 국격이 높아질 수 있겠는가. 미래세대에게 이 나라에 살면 참 행복하겠다는 그런 기대감도 좀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물질적으로 성장한다면서 실업률 몇 백만이라는 통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나라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강바닥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 어떻게 미래의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어느 사회나 그 사회의 물질과 지식과 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그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물질과 지식과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하게 마련이다.

한 사회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영역은 늘 그런 강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오늘 우리사회의 정당구조를 보면 얼마나 강자들 편의 정치집단이 수적으로 우세한지 잘 알 수 있다.

대신 사회적 약자들, 미래사회가 배려하는 사회,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 정치집단은 사분오열되어 있다. 이런 정치구조를 그대로 두고 배려와 상생의 사회는 요원한 일이다.

최근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의 정치구조의 변화를 원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몇 개의 정당들이 연합을 모색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동안 경험으로 보아 이게 잘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다시 한 번 기대를 가져본다.

다 같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한다고 하면서도 제 각각 다른 정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넘어서고 서로의 이권을 조금씩 포기하는 일이 썩 쉽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사회에 절망하는 많은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연합하는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그런 일을 못해내면 아마 실망한 국민들은 앞으로 더 이상 우리사회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몸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제발 품격 있는 나라에서 살아볼 수 있게 해 달라.

*<시소시평>은 필진인 이봉주 조선대 교수의 개인사정으로 쉽니다. 대신 기사제휴사 <민중의소리>에 이학영 사무총장이 기고한 글을 옮겨와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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