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서거에 울고…, 호랑이 우승에 웃고
김대중·노무현 서거에 울고…, 호랑이 우승에 웃고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2.29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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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가 선정한 2009 10대 뉴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무엇으로 이리도 큰 슬픔을 달랠 수 있을까.

지난해에는 지역민들이 사랑했던 지도자 두 사람이 한꺼번에 운명을 달리했다. 먼저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압박수사를 견디다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월 23일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 올라 몸을 던졌다.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폐렴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8월18일 영면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이후 두 번째 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옛 전남도청 앞에 차려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는 채 치워지기도 전에 김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시·도민들은 두 대통령의 잇단 서거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노무현 돌풍’의 진원지였으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탓에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호랑이 V10 포효하다

광주에 연고를 둔 호랑이 군단이 12년 동안의 긴 잠 끝에 마침내 천하를 호령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SK 와이번즈와 7차전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 끝에 한국시리즈 열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아의 ‘젊은 피 ’나지완은 7차전 9회말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983년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해태’가 어느 순간 하위권으로 맴돌다 모기업이 기아로 바뀌면서 팬들도 시들해졌다. 2005년과 2007년엔 최하위로 곤두박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팬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암울한 현실에 기쁠 일이 없었던 지역민들은 기아의 우승으로 올 한해 웃을 수 있었다. 향수와 추억이 다시 살아난 기아가 올해도 지역민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광주 공항 이전 ‘갈팡 질팡’

 

광주공항 국내선의 전남 무안 이전에 대해 양 시도가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

‘무늬만 공항’으로 전락해버린 광주공항을 두고 국내선을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제선 재취항으로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등 절대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중이다.

전남도는 “서남권 발전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무안으로 옮겨야 한다”며 “세계 어느 도시도 도심 한복판에 공항을 갖고 발전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광주시는 외려 “무안으로 옮겼던 국제선도 광주로 찾아와야 한다”며 “광주공항 이전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의 소이기주의적 입장은 거두고 양 공항의 운영적자 해소와 시도민의 이용불편을 감소를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종플루로 ‘들썩’

2009년 하반기는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해 전국이 비상 태세였다. 공공기관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손소독제가 비치됐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기도 했다. 전염성이 강해 임시 휴업을 하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 유명인들의 감염과 모 탤런트 자녀의 사망 소식은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지역에서는 예방 대책으로 손 씻기 운동을 생활화 하자며 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에 간이수도 40대를 설치했지만, 관리 미흡으로 시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광엑스포 연기, 김치축제, 디자인비엔날레, 7080충장축제 축소 개최 등 크고 작은 지역 행사들이 잇따라 타격을 받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비롯해 치료약이 무리없이 보급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신종플루에 대한 경계 태세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시장, 거침없이 돔구장 건설

박광태 시장의  ‘돔구장 건설’ 계획이 세금낭비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한번 없이 거침없이 추진 중이다. 시민단체는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고위 공직자와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지역 언론을 이용해 돔구장의 필요성을 호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뚜렷한 근거 없이 거리 곳곳에 돔구장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수많은 현수막에 시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시의 주장대로 돔구장이 광주의 ‘랜드마크’가 될지, ‘애물단지’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시와 돔구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포스코 건설은 12월말로 예정됐던 돔구장 건립 사업계획서 제출을 올해 1월말로 연기한 상태다.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 촉구

일본제국주의 침탈 속에서 강제로 끌려가 ‘미쓰비시’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사회의 움직임이 있었다.

80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행사가 열리던 날 제일고 교정에선 ‘아직 오지 않는 해방,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사진전’이 열려 지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도쿄 최고재판소 기가 판결’ 1주년 즈음에는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미쓰비시모터스(주) 전시장 앞에서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등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도의적 책임 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금주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 회장은 “어린 시절 강제노동 후유증으로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며 “참혹했던 역사에 희생당한 이들의 울분과 아픔을 들어라”며 진실이 밝혀져 올바른 역사가 쓰이길 기다리고 있다.


도청 별관 부분 보존안 ‘합의’

1년 반가량 지역사회를 들끓게 했던 도청 별관 보존에 대한 입장차가 ‘부분 보존’으로 합의됐다.

5월 관련 단체를 비롯해 학계, 정치계의 편 가르기는 시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연일 직간접적인 의견 대립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도청 별관은 몸살을 앓았다. 그 과정에서 광주는 지역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상호 불신만 드러내는 치욕을 경험하게 됐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자기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임을 보여주는 경험이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여곡절 속에 별관 보존안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 별관을 5월 정신이 생생하게 깃든 공간으로 지켜가기 위한 지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영산강 주민들 뿔났다

국회 예산 심의도 거치지 않은 ‘불법 사전공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나주 승촌보에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들어왔다. 하루아침에 생계를 이어나갈 터전이 없어진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불만이 가득했다.

환경부는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가 완료된 이후 주민공람 및 설명회, 환경평가단 자문회의 등 법적 절차를 충분히 거쳤다고 얘기하지만 주민들은 “공사에 관해 제대로 들은 바가 없다”며 법과 원칙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을 기어이 막아낼 태세다. 

현재 영산강 일대의 주민들은 시민단체, 교수, 변호사 등과 연대해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먹튀 자본’ 캐리어에 분노

대표적 ‘먹튀 자본’ (주)캐리어가 대량해고를 단행해 지역사회의 분노를 샀다. 캐리어는 지난 11월13일 오전 9시를 기해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휴대전화와 택배를 통해 정리해고 예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규모는 전체 생산직 노동자 503명의 55%에 달하는 280명에 달했다. 캐리어는 지난 12일 명예퇴직 희망자를 제외한 47명에게 정리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해고자 47명은 11월16일부터 ‘정리해고 철회투쟁위원회’를 결성해 공장 철야농성과 서울영업소 상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광주시청과 노동청 앞에서 1인 시위와 시민선전전에도 열심이다.

사측은 2013년까지 광주의 생산물량을 40%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량증대에 따른 인력충원은 외주와 하도급 또는 용역·파견노동자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공장 존립’과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캐리어는 2006년에도 373명을 구조조정 한 전과가 있다.


악덕 기업 ‘수진환경’ 퇴출

광주 서구청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 업체인 ‘수진환경’이 9년간 악덕 경영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수진환경분회는 “조합원 표적 해고,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등 노조 탄압으로 수 년 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며 “구청이 매년 재활용 처리 명목으로 지급한 보조금 7억 원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노조에 의하면 수진환경은 주민들이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을 돈이 되지 않는다며 선별작업도 없이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보내는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족벌경영으로 노사간 물의를 빚어온 수진환경 대신 고용승계, 노조승계가 수용되는 조건에서 ‘미래환경’이 업무를 맡아본다.

하지만 공공서비스 업무인 재활용 폐기물 처리가 여전히 민간 위탁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지역의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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