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두려운 세상
아이 낳기 두려운 세상
  • 조영임
  • 승인 2009.12.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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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얼마 전 정부의 저출산 1차 대책이 발표되어 이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양육부담 경감,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 확대, 한국인 늘리기 등 3가지 저출산 대응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띠는 자녀 양육부담 경감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참으로 궁색해 보인다. 

내용인즉,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노동력 조기투입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 다자녀 가구의 셋째 자녀부터 고등학교 수업료와 대학 학자금 우선 지원, 취업 시 우대 혜택 부여, 다자녀 가구 부모 정년연장(다자녀 가구 인센티브 부여) 등인데 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싶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저출산 대책

먼저, 자녀양육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초등학교를 1년 앞당겨 보내겠다는데 이는 유아의 발달과정 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녀양육부담 경감은커녕 부모들의 양육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아들과 딸, 남매를 두고 있다. 아이들의 유아기에는 일을 계속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종일반이라도 의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방과 후 아이를 부탁할 곳이 없어 상시근무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취학예정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리라.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취학을 하게 되면 우선, 1학년 초에 급식도 안 되는 조건 때문에 급식이 가능한 학원을 보내게 되고 종일 학원을 다니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니면 아이를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1년 입학을 앞당긴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양육비 부담 줄이기는커녕 자녀를 잘 돌보아 줄 괜찮은 곳(?)을 다시 찾아나서는 부담과 불안, 그리고 이중비용으로 고통만 심화될 것이다.

더구나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으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논리라고 내놓은 것이 노동력 조기투입으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니 사람들을 노동력의 도구로 인식하는 발상 속에 세상으로 나오던 아이가 다시 들어가고 싶겠다. 

경쟁 부추기는 교육 개혁이 먼저

출산의 문제는 우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감과 기대감으로부터 풀어져야 한다.

고도의 경쟁교육 속에서 개개인의 행복보다는 누구보다 더 성공했는지가 더 중요한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자녀들의 행복하게 살 권리마저도 성적과 경쟁교육 속에 저당 잡히고 살아가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출산은 자유롭지 못한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조사에서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 여성들은 교육문제(42.1%)를, 남성들은 교육비(35.9%)와 양육비 문제(35.8%)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고 한다. 특히 출산 연령대인 20대(49.3%)와 30대(44.3%)여성이 압도적으로 교육문제를 꼽고 있으며, 20대 여성의 경우 41.9%가 기업의 배려부족을 꼽았다고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출산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성적 위주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현실을 개혁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들의 출산이 여성들의 삶의 질과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아이 낳기가 두렵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그 순간부터 직장에서 밀려나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는 문화 자체가 계속되는 한 출산은 두려운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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