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의 길을 걸으려고 하나”
“왜 일본의 길을 걸으려고 하나”
  • 문상기
  • 승인 2009.12.0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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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일환 통영거제환경련 사무국장
전남 골프산업 육성, 가능성과 과제 ④-3

김일환(사진) 통영거제환경련 사무국장은 골프산업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라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일본 골프산업의 현실과 줄도산 이후 상황, 골프산업계의 전망 등을 직접 둘러봤던 김 국장은 “일본의 길을 우리가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영남지역 골프장 증가세가 가파르다. 어떻게 보나.

-. 영남지역 골프장 증가세가 가파르다. 어떻게 보나.“솔직히 서로 자살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것 같다. 지난해 6박 7일 동안 일본 골프장을 둘러봤는데 일본의 골프는 노인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게이트볼을 생각하면 된다. 골프장 10여 곳을 들렀는데 40대 이하는 거의 본적이 없어 골프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도 곧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일본은 2000여 개 이상이 운영되다가 2002년 이후 700여 곳이 줄 도산했다. 나머지 절반정도만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 골프장이 지자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는데 지자체들은 자기 지역은 괜찮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은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은 곳이 일본이다.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본은 2000여 개가 넘는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적다고 한다. 단순히 골프장 수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국토 면적을 대비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훨씬 앞선다.
일본은 우리나라 국토면적보다 훨씬 넓다. 일본 골프장들이 왜 초토화됐느냐. 일본도 과거에 지금의 우리처럼 경기부약책의 하나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가 공급과잉 시대가 도래하면서 줄도산 사태를 맞았다. 골프인구는 어느 시점에서 줄어들고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골프장들이 투자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악재가 겹쳐서 결국에는 도산하는 골프장이 하나 둘 생길 것이다. 특히 향후 잠재수요가 줄어들어 10년 정도 이후에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는 이미 공급과잉이다. 골프장 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골프장 조성 비용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비해 영업 이익은 더 떨어지고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 경영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낳겠지만 지방 골프장부터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다.”

 

-.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해왔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완전히 무장해제가 됐다. 법적으로 환경영향평가에서부터 산지관리법까지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다고 봐도 된다. 유일한 방법은 ‘떼법’이라고 말하는 것 밖에는 없다. 결론적으로는 환경단체나 주민들은 아무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것 들이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경기부양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골프장 유치에 적극적인데 공급과잉이 우려되지만 지자체는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 지자체의 무분별한 유치도 문제다.
“행정에서 정말로 자기들의 영역을 지켜준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중립적이지도 않고 조금의 문제가 있어도 모두 해결해 준다. 행정기관이 인허가를 다 받아 놓은 이후 도시계획까지 변경한 다음 업체가 개발하도록 넘겨주는 사례도 있다. 한 술 더 떠서 강제수용을 이용해 토지매입까지 해준다. 투자유치라는 이름으로 행정기관이 중립적이지 않고 스스로 사업자가 되어가면서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담당 공무원을 업체에 파견하는 사례도 있다.”

-. 지자체는 지방세·고용창출·체류형 관광객 유입 등을 유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용인시가 골프도시가 되었는데  그 넓은 면적과 행정력, 노력을 다른 산업 분야에 기울였다면 400억 원 이상의 세수확보를 했을 것이다. 골프장 면적과 다른 산업의 면적, 경제파급효과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다면 골프장은 면적 대비 유발효과가 적다. 추정치가 부풀려졌다.
용인시를 보면서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용인시는 그나마 수도권이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다. 골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 보다는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 지방세 늘었다고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골프산업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산업이다. 빛 좋은 개살구다. 고용효과도 캐디는 지역사람을 쓰는 곳이 거의 없다. 지역 주민은 경비나 잡초제거 등 잡일하는 사람이 고작이다. 정규직도 거의 없다.”

-.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객 유입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골퍼들의 관광 패턴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타 지역으로 골프를 즐기려 가는 골퍼 79%가 비즈니스형이었다. 비즈니스형 골퍼는 골프을 즐기고  그날 돌아가기 바쁘다. 체류형은 15%에 그쳤다. 골프장 주변에 상권이 형성된 곳도 없어서 지역 상권을 활성화되거나 지역 주민들의 경제 활동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다. 지자체가 홍보하고 기대하는 만큼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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