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다시 희망을 꿈 꾼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다시 희망을 꿈 꾼다
  • 윤영덕
  • 승인 2009.12.04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영덕(전남대 5·18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러저러한 송년모임을 알리는 메시지들이 날아든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나 온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시간의 연속성을 생각한다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연말연시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평상시 그날그날을 의미 있게 갈무리하지 못하고 살아온 탓에 한 해를 정리해 보고 마음을 다잡아 새로 다가올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밀린 숙제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참으로 고단했던 한 해

돌이켜 보면 올해는 참으로 팍팍하고 고단한 시간들이었다. 애써 가꾸어 온 민주주의가 과거를 향해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자주통일과 민족번영의 희망을 향해 달려가던 ‘평화와 통일의 시계’는 ‘초침’이 멈춰진 지 오래다.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에 대한 낙관론이 우리의 귀를 현혹하는 와중에도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청사진은 요절의 위기에 처해 있고, 금수강산을 헤집는 ‘삽질’소리 또한 요란하다. 이처럼 올 한해 우리들의 속을 무던히도 답답하게 만들었던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조국의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슬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두 분의 서거에 대한 슬픔은 시간이 흐르며 옅어지고 있지만, 산 자들의 몫이 된 두 분의 유업은 갈수록 무겁게 다가온다.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은 2009년을 기억하는 핵심 경구가 될 것이다. 더불어, 몇 백만의 조문 인파가 쏟아낸 비탄과 눈물의 의미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위인을 잃은 아픔을 안고 피땀으로 일구어 온 것들을 지켜내는데 나약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반성하던 그 시간들은 2009년의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 고단함의 연속 속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민주주의를 지키는 책임도 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민중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역사의 진보는 그 어떤 힘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치 있는 삶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터득해가고 있다.

최근 ‘노무현 시민학교’로 ‘김대중 사상강좌’로 이어진 발걸음들도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실천적 행동을 모색하기 위한 작은 출발들이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희망을 꿈꾼다

과거는 현재를 구성하는 토대이고,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 2009년에 얻었던 소중한 교훈들이 2010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씨앗’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특히나 2010년은 여러 가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남다른 한 해다. 내년은 일본의 조선병탄(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중항쟁 30주년,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야말로 우리민족과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모순을 절절히 대변하고 있는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의 자주권, 민족분단의 비극, 민주화운동의 고난과 민주주의의 가치, 민족통일의 의미와 방향 등을 되짚어보는 뜻 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반추하는 ‘거울’과 미래를 내다보는 ‘창’의 의미를 갖는다. 역사적 존재로서 나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 현재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이유다.

단지 주기적 중요성만을 생각하는 형식적 기념이 아니라 나와 역사의 관계를 무겁게 통찰하는 한 해를 준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올해의 팍팍함이 쉬 가시지 않을 것 같지만 고단함은 훨씬 덜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스스로를 추스르는 사람들의 희망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희망을 꿈꾼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