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 오주섭
  • 승인 2009.11.2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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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섭 광주경실련 자치분권위원장

최근 ‘대하사극 선덕여왕’을 딸들과 함께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다.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비되는 리더십과 치열한 두뇌 싸움, 참모들의 충성심과 계략 등 몇 줄 되지 않은 역사서를 통해 이런 대하사극을 만들어 내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미실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신라에 반기를 들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음독자살로 일생을 마감한다.

쿠데타가 실패하면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미실을 따랐던 참모들, 미실이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죽기를 각오하고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는 그들에게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처럼 전제 군주시대에도 무조건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리더의 헌신과 믿음에 감복하여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진 예는 많이 있다.

하물며 원칙 중심,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전제군주제보다 못한 리더십이 판을 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원칙 중시하는 소통의 리더십 

MB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대운하를 건설하여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고 하더니 반발이 일자 4대강 유역을 관광, 레저 타운으로 만들겠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등 치수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며 이랬다저랬다 한다.

5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타당성 검토를 생략하고,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3개월 만에 후딱 해치우더니 심지어 국가재정법과 하천법을 어기고, 수질 악화가 예상됨에도 보를 설치하고, 국가재정 악화 여론이 일자 예산을 수자원공사로 떠넘기는 등 불법과 탈법으로 일관하면서 드디어 지난 11월 22일 영산강에 납시어 첫 삽을 떴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애초부터 면밀한 사전 검토와 계획 하에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강을 살려 나가자고 주장을 했건만 MB 정부는 귀를 딱 틀어막고 절차와 법은 무시한 채 국민들에게 ‘무조건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고 있다.

기아가 대망의 10승을 달성하자 광주시는 돔구장 건설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시에서 발간하는 시보와 지방신문 기고를 통해 돔구장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13일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돔구장 건설 추진과 관련하여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점이 시의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자 광주시는 “연말에 민간투자자가 제안서를 제출하면 시의회와 도시개발·주택 등 전문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복합테마타운 개발의 성격과 인센티브 방안 등을 투명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며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또한 “돔구장 건설비가 4천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민간 기업이 전액 부담하고 운영까지 전적으로 책임지므로 시민들의 직접적인 부담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실정치, 깜짝쇼, 물 타기 그만

시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격화되는 것은 그동안 몇몇 주요시책에 대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은밀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일단 발표해놓고 여론의 향배를 보면서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여론수렴하고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릴 것인지, 소위 말하는 물 타기 전략을 추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돔구장 건설이 특급 비밀을 요하는 사항인가? 은밀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타 시도에 빼앗기기라도 하는 것인가? 기업은 개발 혜택을 주면 언제든지 투자를 하게 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이 급해서 ‘이것은 좋은 것이니 무조건 나를 따르시오’ 라고 하는 것인지, 과연 민주·인권·평화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위상에 걸 맞는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성이 전제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논란이 격화돼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한 예를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이제라도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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