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으로 물 절약 운동 펼치는 영국
국책사업으로 물 절약 운동 펼치는 영국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26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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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기 징후 곳곳, 3년 전부터 발 벗고 추진
민관 힘 합쳐 시민들 물 낭비 인식 개선 노력

▲ 런던의 템즈강은 바닷물이 도시 내만까지 깊숙이 밀고 들어와 물 빛깔이 탁한 편이다. 한때는 시민들이 내버린 각종 쓰레기와 오수로 악취가 진동해 의회가 문을 닫을 정도로 심각했지만 지류 관리와 시민들 의식 함양으로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세계 평균 기온이 섭씨 6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지구촌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18일 국제 대기순환 연구사업인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조절하고 싶다면 남은 시간은 몇 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의 합의 내용이 너무 약하거나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기온 상승폭은 5∼6도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연구소는 세계 평균 기온이 4도만 올라도 유럽과 아프리카 남북지역, 동남아시아에 가뭄이 덮치며 미국과 중국, 한국, 남미 동남부지역 등지에서 작물 재배량이 크게 줄어들고 무더위와 폭풍우로 인한 피해도 극심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이상기후변화의 징후는 이제 먼 미래의 재앙이 아닌 인류가 직면한 현실이 됐다.

물 풍요국 옛말, 물 절약 나선 영국

▲ 영국 환경농림부 수자원국 관계자가 물 절약 캠페인 ‘Act on CO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은 ‘샤워를 오래할수록 분당 9ℓ의 물이 낭비된다’는 내용의 신문광고.
물 풍요국으로 꼽히던 영국은 이러한 위기를 대비해 민과 관이 적극적인 물 절약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Act on CO2’로 불리는 영국의 물 절약 캠페인은 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실생활에서 CO2감소의 동기부여를 위해 3년 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운동이다.

물 절약 캠페인을 지휘하고 있는 영국 환경농림부 Defra(Department of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 피터지깅스(Peter Jiggins) 수자원국 국장은 “영국은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지형적으로 사면이 바다인 까닭에 물이 아껴야 할 에너지라는 인식이 낮았다”며 “그러나 영국 동남부 지역 인구가 급증하고 물 수요량이 계속 늘면서 ‘워터 스트레스’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물 절약 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Defra는 영국 시민이 1인당 매일 소비하는 물의 양이 150ℓ로 추정하고 이 캠페인을 통해  130ℓ까지 줄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문방송을 통한 적극적인 미디어 홍보를 펼치고 있는데 ‘당신이 샤워를 오래할수록 분당 9ℓ의 물이 낭비된다’. ‘당신이 이를 닦는 동안 1분에 6ℓ의 물이 낭비된다’는 물 절약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6주 동안 미디어 노출에만 1백만 파운드(한화 약 20억원)를 쏟아 부었다.

지깅스 국장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며 “부서 혼자로는 역부족이고 물 회사, 물 시민단체와 연계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그동안 고수해 온 표본조사 후 평균가격 부과 방식이 가구별 미터제 요금 부과 방식보다 물 낭비가 더 많다는 점을 깨닫고 전체 가구의 1/3정도에 불과한 가구별 수도계량기를 보급하는 한편 수도관 누수율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하수도관 교체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물 절약에 힘 보태

▲ 템즈21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템즈강 수변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펼치고 있다. 템즈강은 이러한 노력으로 ‘죽음의 강’에서 125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생태의 강’으로 변모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템즈(Thams)21’과 ‘워터와이즈(Waterwise)’는 정부의 물 관리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물 절약 캠페인은 물론 물 아이디어 제안 등 다양한 수자원 보존운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 템즈21은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 본류와 지류, 샛강 등의 수자원 관리, 생태 보호활동을 펼치는 민간 환경단체로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템즈강을 생태적으로 되살리는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데비 리치(Deddie Leach)사무총장은 “현재 템즈강은 125종의 어류가 살 정도로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대비해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아름다운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NGO들이 캠페인이나 대정부 견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워터와이즈는 물 사용 효율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공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니치 러셀(Nicci Russell) 정책실장은 “물 정책의 전환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직접 원인이며 배출량의 5%가 각 가정에서 발생한다”며 “물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내용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워터와이즈는 이를 위해 8개월 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물 공약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워터와이즈는 이 밖에 물 공급회사와 공동으로 1,000가구를 대상으로 변기, 수도꼭지 등을 절약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여 상당한 물 절약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영국이 펼치는 물 절약 운동은 상당히 구체적인 편인데 물 절약형 세탁기 등 절수 가정용품을 사도록 촉구하거나 욕조를 없애고 샤워를 권장하는 식이다.

민과 관이 손을 잡고 펼치는 이러한 물 절약 운동은 3년을 넘기면서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의 시작은 물 절약부터’라는 물 선진국 영국의 솔선수범이 결코 엄살이 아님을 우리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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